아무것도 하기 싫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배경이 되는 과거의 글들을 링크시켜놓자면,
작년에 백수가 되고 나서 국비지원 학원에서 프로그래밍 언어, 흔히 코딩이라고 말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백수가 된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백수가 된 이유가 100% 코로나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도 겸해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다.
자세한 이유는 위의 글에 적혀있다.
하지만 오늘의 이야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니 읽으실 필요는 없다.
학원 생활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힘들다.
고3 때도 안했던 공부를 고3 때보다 더 심한 스케줄로 공부를 하고 있다.
저녁이라고 자유도 아니었고, 주말도 주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였더라면 지금의 스트레스는 아마 없을 것이다.
난 사실 국비지원 무료교육을 믿지 않는다
학원에서 얼마나 타이트하게 가르치고 있는지 적었던 지난 글이다.
나는 사실 지금 다니는 이 학원 말고도 다른 국비지원 학원에서 다른 교육들도 받아본 적이 있었다.
이번이 세번째 국비지원 학원이다.
처음 다녔던 학원은 8년 전에 다녔던 영상편집 학원이었다.
그때에는 순진했었다.
여기서 열심히 하면 그래도 이 학원에서 취업 연계해주는 곳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취직이 될 줄로만 알았다.
정말 열심히 배웠고, 나름 학원 내에서 (스스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가장 근사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에이스였다고 말할 수 있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지금 다 쓸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서 점점 학원에 실망을 하기 시작했다.
학원에도 실망하고 현실도 암울했다.
결국 나는 운도 없게 거지같은 회사에 들어가게 됐고, 주임이라는 인간의 텃세에 시달리다가 퇴사를 했다.
그 후로 영상편집 쪽으로 취업은 포기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자세히 써보려고 한다. 기약은 없다.
두 번째 다녔던 학원은 취업을 시키는게 목적이 아닌, 자격증을 따게 해주는게 주 목표인 전기학원을 다녔다.
여기서도 열심히 공부했고, 두번의 필기시험과 두 번의 실기시험을 다 한 번에 합격해서 두 개의 자격증을 땄다.
그 후에 이 전기학원에서 딱 한번 취업을 연계시켜준 적이 있었는데.. 거기는 공장생산직이었다..
전기자격증을 따고 공장 생산직이라니..
나는 실무를 배우고 싶었는데, 학원에서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전기 경력으로 쳐줘서, 1년 이상 일하면 산업기사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면서 공장 생산직을 소개해줬다..
난 면접까지 봐놓고 이 일은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혼자서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전기 실무 쪽으로 일할 수 있는 업체를 한 곳 만나기는 했는데.. 하루 같이 따라가서 일을 해보니 안전장비도 없이 높은 곳을 막 올라가는.. 목숨도 보장할 수 없는 곳이었고, 거기다가 월급과 일하는 시간을 계산하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업체였다. 그래서 또 포기..
결국 나는 또 운도 없게 거지 같은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회사의 사장이 직원들을 인간으로 생각은 하고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복지가 최악 중에 최악인 곳이었다.
결국 몇 개월 일하다가 그만뒀다. 그리고 전기 쪽의 길도 포기를 하게 됐다.
그래서 세 번째 국비지원 교육을 받고 있는 나는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지금 다니는 학원도 문제점이 보인다.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처음 배우는 사람들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커리큘럼인지는 신경 써주지 않는다.
그냥 어떻게든 자기네 학원에서는 이런 것들을 이 짧은 기간 내에 다 가르쳐주고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되는 수업을 그냥 앉아서 듣고 있다.
몇몇 학생들만이 이해를 할 뿐이다.
비전공자도 괜찮다며 잘 따라올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은 순 거짓말이다.
그리고 진짜 스트레스
그리고 지금 배우고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내가 그동안 다녔던 다른 학원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영상편집 학원도, 전기 학원도..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시키는 일 같은건 없이 그냥 개인 스스로만 잘하면 되는 곳이었는데, 프로그래머들은 팀을 짜고 그 안에서 협업을 하게 된다.
이 학원에서도 미리 그런걸 시키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팀이.. 심하게 잘못 짜여졌다.
나에게 남아있는 인류애마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팀장을 맡은 우리 반의 최연장자에게서 내가 예전에 이미 겪어본 적이 있는 아주 싫었던 사람과 조금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느낌이 들어맞아버린 거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독재자 캐릭터다.)
내가 예전에 겪어본 그 사람에 비해서는 그래도 그나마 조금, 아주 조금은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정말로 싫은 부분들이 너무 닮아있다. 그런 면들로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한번 겪어본 예전의 그 사람은 모든 사람들이 다 싫어했던 사람이라서, 그나마 한마음 한 뜻인 사람들이 있어서 좀 나았는데.. 지금은 같은 팀 안에 빌런이 둘이나 있다.
그 외 다른 팀원들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굳이 팀 내에서 편 갈라서 몰래 헐뜯고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혼자서 스트레스를 삭이고 있는데.. 이 스트레스가 지금 현재 장난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학원의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에 내 주변에서 두 사람이나 세상을 떴다.
둘 다 그저 그랬던 먼 지인들이 아니었다. 이것만 해도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중에 한 명은 장례식도 못 갔다.
장례식을 가려고 외출 준비도 다 했는데, 갑자기 학원 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모두가 코로나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못 갔었다.
코로나 걸린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 사람은 본인이 양성이 나왔다는 사실을 숨기고 평상시처럼 생활을 하다가 나중에서야 그게 알려지면서 하필 내가 장례식장으로 출발하려는 타이밍에 그런 연락을 받게 만든 것이었다.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주지 않는 학원 수업은 이제 그냥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면서 앉아있을 뿐이고,
학원의 돌아가는 시스템이나 그런걸 보면 취업에 대한 기대도 없고 생각도 싹 사라지고,
마지막 팀 안에 빌런을 두 명이나 만났다.
(위에서 설명했던 독재자 한명과 다른 한명의 그의 아바타다.)
이제 앞으로 한 달만 지나면 학원 과정은 끝이 난다.
정말 한달만 버티면 된다.
그런데 그 한 달이 도대체 언제오나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생활이나 친구와의 만남 이런 것은 생각도 못하겠다.
일단은 지금 당장 너무 바쁜 상황이니까..
한달이 어서 지나가기를 바란다.
집 근처에서 만난 길고양이..
'너희도 고양이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이나 스트레스들이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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