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정신없는 큰 이벤트가 하나 지나갔지만 쉴 수는 없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정보처리기사 필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프로젝트 자체로도 참 힘든 일이었는데, 그 기간동안에 예전에 친했던 지인이 세상을 뜨기도 하고,
학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코로나 검사를 받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지금, 이번 프로젝트 관련된 마지막 글을 하나 쓰려고 한다.
글의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글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편성된 우리팀의 구성원은 전공자 둘, 준전공자 하나, 비전공자 둘이었다.
그 비전공자 두명 중에 한 명이 나인 것인데..
그런 내가 이번 프로젝트 때 뭔가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나라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충분히 도움이 됐었다.
우리 팀은 요리의 레시피 사이트를 크롤링해서 또 다른 요리 레시피 사이트를 만들기로 했었다.
다들 'A', 'B', 'C' 등의 사이트의 크롤링을 시도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도 크롤링을 시도하지 않고 있었던 'D'라는 사이트를 크롤링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크롤링이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계속 오류가 났다.
오류가 나는 원인을 찾아내서 잡으면, 또 다른 오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몇십 번이 반복됐는지 모른다.
'아.. 이래서 프로그래머들이 퇴근을 못하는구나..'
'이래서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 거구나..'
프로그래머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밤 11시까지 혼자 작업을 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크롤링을 해냈다.
정말 너무 짜릿하고, 뿌듯했고, 나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나는 크롤링한 결과물인 엑셀 파일의 수정을 다른 팀원에게 부탁했다.
나보다는 다른 팀원이 엑셀에 더 능숙한 것 같아서 맡겼던 건데.. 끝까지 내가 다 처리를 했어야 했다.
프로젝트 마지막 날에 심사위원들 앞에서 PPT 자료와 함께 발표를 할 때였다.
발표 마지막에 팀원 소개를 할 때, PPT에 각 팀원들이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간략하게 적혀있는데,
거기에 내가 혼자 코드를 다 짜서 했던 'D'라는 사이트의 크롤링을 나뿐만 아니라
엑셀 파일의 수정을 도와주었던 팀원도 그 사이트의 크롤링을 같이 했다고 적혀있었다.
내가 소심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정말 초보자인데 혼자 해낼 수 있다는 자신도 없었던 일을 혼자 해냈던 것이라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수도 있다.
나는 'D'라는 사이트의 크롤링을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실력이 있는 다른 팀원과 같이 했다고 적혀있으면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 보기에 '잘하는 애가 거의 다했고 미스티는 숟가락만 살짝 얹었겠구나..' 라고 혹시라도 생각할까봐.. 그게 너무 신경 쓰였다.
굳이 표현하자면 나의 공로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다 하긴 했어도 마지막 엑셀 파일의 수정을 부탁한 것은 나였으니까.
그 팀원도 엑셀 파일 수정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면 자신도 이 사이트의 크롤링을 같이 했다고 적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크롤링 자체는 내가 다 한 것이 아니냐..', '그냥 데이터 전처리를 했다고 썼어야 하는 거 아니냐..' 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쨌든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겠다고 느꼈다.
내가 처리한 일을 거의 다 끝내 놓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자고 느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현업으로 가게 된다면 또 이런 일을 당하지 말자고, 잊지 않기 위해서 글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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