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가 출몰하는 계절, 여름이 왔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바퀴벌레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참고로 위에 링크한 포스트는 집에서 도움을 받지 않고 (초기 비용 일부만 도움을 받고)
혼자 힘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생활하다가 온 이야기를 적은 포스트입니다.
이 글을 다 읽고 관심 있으시면 위의 글도 읽어주세요.
갑자기 뜬금없이 바퀴벌레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는 이유
갑자기 웬 바퀴벌레 이야기냐.. 물으신다면,
바퀴벌레에 혐오감을 느끼는 분들.. 저를 비롯해서 참 많으실 겁니다.
저는 바퀴벌레가 너무 징그러워서 근처에도 가기 싫지만..
혹시라도 집에서 발견하면.. 공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잡아야만 합니다.
만약에 혹시라도 잡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경우에는... 잠 못 잡니다.
일본 유학 후에 해외 여러 나라들에 관심이 생긴 저는 가끔 관심 있는 나라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곤 합니다.
그런 때에.. 그 나라에 바퀴벌레가 있느냐 없느냐, 많으냐 적으냐, 크냐 작냐.. 는 '이 나라에 가서 살아보고 싶은가'에 어느정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일본에 대해서 여러 가지 포스팅을 해왔는데,
정작 중요한 일본의 바퀴벌레 이야기는 한번도 쓴 적이 없더군요.
그래서 어쩌면 일본의 바퀴벌레들에 대해서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글을 써봅니다.
Photo by Nowshad Arefin on Unsplash
일본 바퀴벌레와 한국 바퀴벌레의 차이..
일단 우리나라에는 없는 종류의 바퀴벌레가 있다거나 크기가 더 크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키나와라면 또 다르려나..? 오키나와는 안 가봐서 모르겠습니다.)
성인 남성 엄지손가락 크기만한 그 바퀴벌레들이 일본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차이라고 한다면..
한국에서는 1년 동안 바퀴벌레를 단 한 마리도 못 보고 평화롭게 그냥 지나가는 해도 많이 있지만..
일본에서 살면서 여름을 보내면.. 바퀴벌레를 단 한 마리도 못 보고 그냥 지나가는 일이 절대로 없습니다.
절대 절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집에서도 반드시 나타나고, 집에서 못 만나면 밖에서 길을 가다가 마주칩니다.
밖에서 길을 걷다가 바퀴벌레를 마주 치는 경험..
한국에서는 손가락에 꼽을 것 같은데.. 일본에서 사는 동안에는 정말 수도 없이 그런 상황을 겪었었습니다.
한마디로 일본 바퀴벌레와 한국 바퀴벌레의 차이는.. 개체수입니다.
일본에는 바퀴벌레가 정말정말정말 많습니다. (참고로 저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살았었습니다.)
한 여름의 기온이 항상 한국보다 1~2도 정도 높고, 섬나라라서 습한 일본은 바퀴벌레가 살기에 정말 좋은 장소인가 봅니다.
그런데, 일본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남한 정도의 면적을 가진 큰 섬, 홋카이도에는 바퀴벌레가 살지 않습니다.
북해도 (홋카이도) 北海道 에는 바퀴벌레가 없다
Photo by yeoul Shin on Unsplash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 도쿄나 오사카와는 달리 해마다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지는 홋카이도는 한여름에도 그렇게 덥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홋카이도의 이런 환경 덕분에 홋카이도에는 바퀴벌레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사는 동안에 만났던 홋카이도 출신의 사람 두 명에게 들은 이야기이니 신뢰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다들 홋카이도에 사는 동안에는 바퀴벌레라는 존재를 모르고 살다가 도쿄로 온 후에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어느 버라이어티 방송의 영상입니다.
처음에 홋카이도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하는데, 첫 번째 여자는 바퀴벌레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두 번째 여자는 '인터넷에서 바퀴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봤는데, 초등학교 때까지는 도시전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후에는 바퀴벌레를 직접 보여주는데,
도쿄 사람들에게 바퀴벌레를 보여줬을 때에는 바로 바퀴벌레인지 알아보고 기겁을 하는데,
반면 홋카이도 사람들은 바퀴벌레를 처음 봐서 호기심에 뚫어져라 쳐다보고 냄새까지 맡아봅니다..
일본에서는 집이 깨끗해도 바퀴벌레가 나온다
이제부터 말하는 일본은 홋카이도를 제외한, 제가 살았던 도쿄나 오사카를 말합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바퀴벌레는 집을 더럽게 해놓고 살면 나타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도쿄에서 1년 이상을 살았던 집을 소개했던 포스트입니다.
이 집에서 사는 동안에 집 안에서 딱 한번 바퀴벌레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이 건물은 당시에 신축건물이었고, 제가 살던 101호에 처음으로 입주하는 사람이 저였습니다.
한마디로 정말 깨끗하고 깔끔한 새집이었습니다.
평소에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 때에도 항상 방충망은 닫아놨었는데.. 도대체 어디를 통해서 들어왔던 것인지..
위에 링크한 포스트의 본문에는 '일본은 정해진 요일에 쓰레기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집 안은 항상 쓰레기가 함께 했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참고로 저의 쓰레기에 음식물 쓰레기 같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집에서 요리를 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요.
저의 옆집에 살던 분은 집에서도 요리를 자주 하셨는데.. 옆집에서 왔었나..? ㅜ
결국 그날 밤중에 나타났었던 바퀴벌레는.. 처음에는 때려잡기 굉장히 힘든 곳에 있어서.. 잘못 때려서 놓쳤었습니다..
그 좁은 원룸에서 바퀴벌레를 놓치고 그냥 자는 것은... 바퀴벌레랑 같이 자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새벽 내내 불을 켜놓고 2~3시간 정도를 바퀴벌레가 도망갔던 곳 주위를 샅샅이 뒤지다가 겨우 발견해서 잡았었습니다..
일본에서 밤에 길을 걸을 때에는 땅을 잘 봐야한다
일본의 밤의 길거리에는 바퀴벌레들이 정말 많습니다.
밤 중에 공원 벤치에 앉아서 연인과 대화를 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일본의 유튜버가 밤 중에 이케부쿠로에 있는 공원에 나와서 "바퀴벌레 10마리를 잡을 때까지는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였다면 저 사람은 집에 돌아가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바퀴벌레가 많으면.. 초반에 유튜버가 카메라를 향해 뭐라 뭐라 말하고 있는 도중에도 뒤에서는 바퀴벌레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저 공원 같은 경우에는 정말 극단적인 경우입니다.
영상 속의 유튜버도 바퀴벌레를 잡는 도중에 "이곳 같은 경우에는 업자에게 부탁하는 편이 낫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영상 속에서 만큼은 아니더라도, 밤 중에 일본에서 길을 걷다 보면 바퀴벌레를 만날 확률은 정말 높습니다.
오사카에서의 바퀴벌레와 관련된 추억 몇 가지
도쿄에서도 바퀴벌레를 참 많이 보았지만.. 오사카에서의 썰만 몇 가지 말해보겠습니다.
도쿄에서 살던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건 위에서 말했던 한 번뿐이었으니까..
아무래도 밖에서 만나는 바퀴벌레보다 집 안에서 만난 바퀴벌레가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법이죠.
① 오사카에서 저는 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아르바이트를 갈 준비를 하려고 샤워실을 들어가려고 하는데..
샤워실 앞 바닥에 뭔가가 있었습니다.
바퀴벌레 시체였는데..
그 바퀴벌레 시체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집 안에서 본 바퀴벌레 시체 중에서 가장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곤충의 몸은 크게 머리・가슴・배로 나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바퀴벌레는 배가 없었습니다.
머리와 가슴 부위는 있는데, 아주 깔끔하게 배 부분만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미스테리한 바퀴벌레 사체를 치운 다음에 같은 집에서 사는 하우스메이트들에게 그 바퀴벌레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나보다 일찍 일어난 누군가가 일단 때려잡은 다음에 바빠서 사체를 안 치우고 그냥 출근을 한 사람이라도 있는 것인지..
그런데 그 누구도 바퀴벌레를 잡은 적도 없고 보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바퀴벌레는 동족의 사체도 먹는다고 하던데..
아마도 한밤중에 어떤 이유로 죽은 바퀴벌레의 배를 동족들이 다 갉아먹었던게 아니었나 추측해 봅니다.
참고로 그 셰어하우스는 지어진지는 좀 된 건물이었지만, 굉장히 깔끔한 편인 집이었습니다.
② 두 번째 이야기도 같은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어느 날 제가 2층에 사는 한국 여자애 방 앞을 지나가는데, 방 안이 평소와 다르게 좀 소란스러웠습니다.
평소와 달리 방 문도 활짝 열려있었고, 방의 주인인 여자애와 그 여자애의 친구인 다른 여자애 둘이서 뭔가 막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지나가다가 얼핏 들어보니 도망간 바퀴벌레를 찾고 있는 것 같더군요..
셰어하우스는 같은 집 안에서 방만 따로 사용하는, 한마디로 같은 집 안에 여러 명이 함께 사는 형태의 주거공간이기 때문에.. 남의 방에 있는 바퀴벌레는 남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바퀴벌레를 결국 못 잡고 놓친다면 다음에는 누구 방으로 옮겨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방 주인인 여자애에게 허락을 받고 저도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두 여자애가 바퀴벌레가 침대 아래쪽으로 들어간 것 같다면서 뭔가 긴 물건으로 침대 아래를 쓱쓱 쓸어보더군요.
한참을 그러고 있던 어느 순간..
바퀴벌레가 침대 아래에서 재빠르게 밖으로 튀어나왔고, 두 여자애는 비명을 지르며 멀어졌습니다.
튀어나온 바퀴벌레는 여자애들과 조금 떨어져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제 쪽으로 빠르게 기어 오고 있었고,
마침 제 주변에는 여자애들이 바퀴벌레를 때려잡으려고 미리 가져다 놓은 파리채가 바닥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진짜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바닥에 있는 파리채를 집어 들고 제 쪽으로 오는 바퀴벌레를 향해 파리채를 세게 내리쳤는데..
한 번에 명중을 시켰습니다.
바퀴벌레는 뒤집어져서 다시는 정상적으로 기어 다닐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저는 순간 영웅이 되어서 평소에 그렇게까지는 가깝게 지내지 않았었던 그 여자애들에게 "와아아!! 오빠!!!" 하는 환호성을 들었습니다.
후에 그 방 주인인 여자애는 저에게 감사의 표시로 그 유명한 PABLO 치즈타르트를 사줬습니다.
덕분에 처음 먹어봤습니다. 정말 맛있더군요.
바퀴벌레를 잡아줬다는 고마움의 표시로 받은 거라 먹으면서 바퀴벌레 생각이 날 것 같았지만요.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은 바퀴벌레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위에 쓴 이야기들은 일본에서 몇 년 동안 살았었던 입장에서 쓴 글입니다.
여행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일본에 가는 사람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게 숙박시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라고 쓴 이유는, 일단 제가 머물렀던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제가 도쿄에 있던 시절에 알바로 일했었던 호텔에서는 방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며 클레임이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여행을 하는 시기가 따뜻하거나 더운 계절일 경우에는..
충분히 밤 중에 길을 걷다가 바퀴벌레를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바퀴벌레를 수없이 봤었던, 제가 살았었던 지역은 대도시인 도쿄와 오사카였습니다.
다른 더 작은 도시나 혹은 시골에 있는 온천 마을 같은 깨끗한 곳이라면, 바퀴벌레가 관광객에게 목격될 정도로 많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해보니.. 후쿠오카는 여행으로 총 4~5번 정도 가봤던 것 같은데, 바퀴벌레를 마주친 적이 한 번도 없었네요.
1년 정도 직접 살았었다면 또 달랐을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니 후쿠오카를 여름에 간 적은 없었던 거 같기도 하고.. 갔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
오사카에서 살던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가 벌어져서 밤늦게까지 일본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대화가 갑자기 바퀴벌레 이야기로 넘어갔었는데, 누군가가 바퀴벌레를 한국어로는 뭐라고 하냐고 물어보더군요.
제가 "바퀴벌레"라고 하자, 일본애 중에 한 명이 "으윽! 바퀴벌레는 한국어 발음으로 들어도 기분 나쁘네!" 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바퀴벌레는 일본어로 고키부리ゴキブリ라고 합니다.
뭔가 발음이 비슷한 부분이 있죠?
한국어로 '바퀴벌레'의 발음을 듣고 기분 나빠한 일본인 친구의 말이 이해가 될 정도로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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