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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amer mystee
diary/미스티의 삶

첫 일본인 여자친구의 추억

by mystee 2020. 1. 28. 00:12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팅에는

이야기를 하듯이 경어체를 쓰지만,

이 포스팅은 일기 형식의 글이므로

평서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 이야기

 

결국 돈 때문에 실패한 일본 유학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팅에는 주로 이야기를 하듯이 경어체를 쓰지만, 이 포스팅은 일기 형식의 글이므로 평서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 이야기 음악전문학교 체험입학에 참가하다.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팅..

mystee.tistory.com

 

 

 

♬ 클로드 드뷔시 Claude Debussy - Suite Bergamasque, Clair de lune

 

 

 

지난번 포스팅에 적은대로 이것이 유학시절의 이야기, 마지막 포스팅이다.

 

유학시절 나의 도쿄 생활은 2009년 1월 초부터 2010년 7월 말까지였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그만두려고 생각했던 대학을 마저 다니고 졸업을 한 후에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한 일본에서의 생활이 아쉬워서 다시 워킹홀리데이로 오사카를 가서 1년 동안 살다가 돌아왔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생활은 총 2년 반이었다.

 

오사카에서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지만, 오사카에서의 일을 포스팅하지는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유학시절 마지막 이야기인 처음 사귄 일본인 여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p.s. 딱히 예전 여자 친구를 그리워하고 추억하고 싶어서 적는 글은 아니다.

내가 그리운건 그 당시의 지금보다 더 젊었고 무모했고 용감했던 내 자신의 모습이다.

단지 돈 없이 외국으로 떠난 모험 같은 이야기 안에

연애 이야기 하나 정도는 적어줘야 읽는 사람들도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나의 혼삿길을 막을 것을 각오하고 글을 써 내려가 본다.

언젠가 만날 미래의 나의 연인이 이 글을 읽더라도 이해해 주... 겠지...?

 

 

 

 

내가 살던 집앞 풍경

일본어학교 네 번째 학기를 마치고 맞이하는 겨울방학 때였다.

그러니까 2009년 12월이었을 것이다.

난 방학 동안에 한번 한국을 다녀오기로 했다.

 

비행기에 탑승을 했고, 난 창가 자리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그때까지는 나 혼자 앉아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어떤 여성분이 나타났다.

그분은 내 옆자리, 창가 자리에 와서 앉았다.

그렇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자리에는 그분과 나뿐이었다.

난 이 사람이 한국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가 너무 궁금했다.

 

왜냐하면 일본인이라면,

학교 선생님들과 대화할 때에만 사용했던 일본어를..

알바의 동료들이나 중국・프랑스・스웨덴 친구들과 대화할 때에만 사용했던 일본어를

정말 실전처럼 현지인에게 사용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는 정말 이성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는 아니고, '조금밖에 없었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스튜어디스분께서 오셔서 내 옆에 앉은 여성분에게 말을 거는 것을 듣고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튜어디스는 내 옆에 앉은 여성 분에게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할 시에 작성해서 내야하는 카드를 건네고 사라졌다.

그걸 작성하기 위해서 그 여성분은 볼펜을 찾으려고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고,

'볼펜을 찾는구나' 라고 바로 눈치챈 나는 빛의 속도로 내 가방 안에서 볼펜을 꺼내며

그녀에게 건네면서 '볼펜 필요하세요?' (물론 일본어로) 라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녀는 밝게 웃으면서 '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나의 볼펜을 건네받고 카드를 작성했다.

 

그 별것 아닌 볼펜을 빌려준 것을 계기로 비행기 안에서의 약 1시간 동안 그녀와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건 이름과 나이와 (동갑이었다.)

그녀가 나 같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주는 일본어 선생님이라는 것,

한국 가수는 신승훈을 좋아한다는 것, (나도 초등학생 때 많이 좋아했다.)

한국어는 전혀 모르고, 지금 한국으로 여행을 가는 중이고,

한국에서 본인을 안내해주기로 한 한국인 친구가 있고, 그 친구와는 서로 아주 잘 아는 사이는 아니고,

(친구의 친구라고 했다) 또 남자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 한국에서 안내를 해줄 친구랑 그녀가 서로 썸을 타는 사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사귀지는 않지만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알아가는 사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한국에 도착해서 나갈 때에 같이 나가지 않고,

먼저 짐을 빨리 챙긴 후에 즐거운 여행되라고 인사를 하고 먼저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갔다.

괜히 같이 있다가 공항으로 마중 나와 있을 그 친구가 혹시라도 보면 좀 그럴지도 모르니까.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았다면 여기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으로 도착할 때쯤에 서로의 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메일 주소를 교환하자는 제안을 내가 먼저 했는지, 그녀가 먼저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먼저 연락처를 묻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가 먼저 물어봤을 것이고,

내가 먼저 물어보지 않았다면 그녀가 먼저 물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그 날의 대화는 거기서 일회성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화기애애하고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좋은 분위기였다.

 

 

 

한국에서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후, 그녀와 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아주 활발하게 자주 주고받은 것은 아니고, 적당히 연락은 끊기지 않을 정도로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언제 한번 만나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3월에 한번 만나게 되었다.

전의 포스팅을 읽으신 분들은 이미 알겠지만, 이 시기에는 이미 나의 귀국이 결정되어 있을 때였다.

 

 

 

 

요코하마

요코하마에서 만나기는 했는데 별다른 일은 없었고, 그냥 나는 처음 와보는 요코하마의 안내를 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 한 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으로 유학을 한 적이 있어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친구가 있다고

벚꽃이 필 때에 그 친구와 같이 셋이서 벚꽃놀이를 가자고 했다.

 

 

 

디카로 찍은 위의 사진들과 차이가 좀 나지만, 아마 이게 그때의 사진일 것이다.

그녀의 친구의 이름은 아키나였고, 외국인이라는 것이 티는 나는 억양이었지만 정말 한국어를 잘했다.

그녀는 한국 유학 중에 베트남인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아키나는 귀국해서 일본에 있지만, 베트남인 남자 친구는 한국에 있는 채로 장거리 연애 중이었다.

그녀는 굉장히 밝은 성격에 센스 있게 농담을 잘하는 타입이라서

항상 주변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친구였었다.

 

 

 

 

언젠가 내가 알바를 끝마친 후 저녁에 잠깐 그녀를 만나서 꽤 오래 걸었던 기억이 있다.

어디서부터 출발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속의 이 도쿄타워까지 같이 걸었었다.

대충 5km 이상은 걷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는 나에게 줄 것이 있다며 쇼핑백을 건넸고,

안에는 큰 반찬통이 있었고, 그 안에는 그녀가 직접 만든 반찬들이 있었다.

내가 혼자 살면서 집에서 밥을 먹을 때에는 반찬을 부실하게 먹는다는 것을 듣고 반찬을 해서 가져온 것이었다.

이 정도면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챌 법도 한데,

언젠가 포스팅에 적었듯이.. 정말 둔감한 나는..

내가 너무 짠하고 불쌍해서 베푸는 친절로만 생각했었다.

 

 

 

그녀와 아키나와 나,

이렇게 셋이 만나는 때가 많아졌다.

안내해주는 대로 같이 따라가기만 해서 어디 있는 무슨 신사 인지도 모르는 이 신사도 셋이서 같이 갔었다.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에노시마도 같이 갔었다.

아마 이 날이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를 셋이서 같이 탔다가

그녀가 먼저 환승을 위해서 열차에서 내렸고,

아키나와 둘만 남게 되었다.

 

그때 아키나가 물어봤다.

'(그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주 단도직입적이었다.

이쯤에는 나도 그녀의 마음을 어느 정도 눈치를 챘었던 것 같고,

나도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이때는 4월 말로.. 내가 귀국하기 3달 전이었다.

 

나는 나도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니고 신경은 쓰이는데

어차피 내가 곧 귀국을 해야 하는 입장이니 되도록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그런 건 생각하지 말라며,

지금의 서로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며,

나도 남자 친구가 멀리 떨어져 있는데 계속 사귀고 있지 않냐며,

나중의 일을 벌써 걱정하면서 지금의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지 말라고 말을 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많이 생각을 했고, 머지않아 곧 결정을 내렸다.

 

 

 

 

그녀와 둘이서 동물원을 갔다.

동물원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모든 동물들을 다 둘러보는 데에만 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동물원 구경을 다 끝내고 벤치에 앉아서 쉬다가 나는 분위기를 잡고 이야기를 꺼냈다.

언젠가부터 네가 신경이 쓰였지만,

나는 귀국도 가깝고 곧 돌아가게 되니까 애써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었다고.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고.

괜찮다면 나와 사귀지 않겠냐고 했고, 그녀의 대답은 예스였다.

 

 

 

그 후로 귀국까지 남은 3개월 동안 열심히 만나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학교에서는 내가 일본인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 소문이 나면서 선생님까지 수업시간에 이것저것 물어보셨고,

처음 만난 장소가 비행기 안이었다는 것을 듣고는 영화 같다며 부러워하셨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그 당시에 많이 쓰던 네이트온이라는 메신저로 여자 친구가 생긴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우연히 여자 친구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친구의 질문에 일본어 학교 선생님이라고 하자,

오해를 하고 선생님을 꼬셨냐며 대단하다는 말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중에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미스티 씨 그렇게 외향적인 성격은 아닌 거 같은데, 그때 (비행기에서는) 왜 그랬었냐' 며..

그러게나 말이다.

정말 평소의 내 성격대로 였다면 말 한마디도 없이 그냥 '옆에 앉아있는 사람' 으로 지나갈 수도 있었던 사람을

단지 일본어로 말해보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일본 여자에게 말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가 그것이 이런 인연으로 이어지기까지 하다니..

적극적이어서 나쁠 것은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다시 소심한 나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때 (비행기에서) 왜 같이 안 나가고 혼자 먼저 나가버렸냐며,

같이 나갈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서운했다고 했었다.

나는 당시에 한국에서 만날 친구가 썸남일거라 생각했으니 나름 배려를 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근데 어느정도 썸남이긴 했었던 것 같다.

나랑 사귀게 된 후에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언젠가 그녀가 먼저

'그때 한국에서의 그 친구에게 남자친구 생겼다고 말했어' 라고 말한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와 나는 내가 귀국한 후에도 1년 이상 장거리 연애를 이어오다가

2011년 여름에 헤어졌다.

장거리 연애라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장거리 연애가 물론 함께 있는 것보다는 힘들기는 하다. 그건 부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장거리 연애라고 해도 둘의 마음이 변함없이 끈끈하다면 나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로 지금은 서로 SNS 계정도 모르고 산다.

정말 우울한 기억만 안고 귀국할 뻔한 나의 유학생활의 마지막에 나타나서

나 혼자였다면 가보지도 못했을 여러 장소들을 데려가 주고,

꿈같았던 시간들을 보내게 해 주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그녀에게 감사한다.

어디선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다음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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