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도 물어보지도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지극히 개인적인 포스팅을 해보겠다.
제목 그대로 '왜 스스로의 닉네임을 mystee 미스티로 지었는가' 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 Erroll Garner - Misty (1954)
블로그 누적 방문 10만 돌파
사실 블로그의 누적 방문수가 10만을 돌파했다는 자축의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그 글만 쓰기에는 별로 쓸 내용도 없었고,
그렇다고 딱 한번뿐인 10만 돌파 기념을 아무 포스팅도 하지 않은 채로 넘어가기도 뭐해서,
언젠가는 쓰려고 했던 스스로의 닉네임에 대한 포스팅을 해본다.
필자가 유명인도 아니고, 궁금해할 사람도 없지만,
그냥 공개 일기장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음악을 정말 좋아했던 나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는 주로 국내 뮤지션들의 음악만 들었다.
서태지, 이승환, 윤종신, 신승훈, 015B, 패닉 등등..
어린 시절부터 어두웠던 집안 문제 때문에
뭔가에 하나라도 빠져있지 않으면 정신병이 오거나 자살을 했을지도 모르는 우울했던 나에게
음악이란 나를 위로해주고 꿈과 희망을 주는 (친구 이외에) 유일한 존재였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일본 락밴드들의 음악을 접한 것을 계기로
밴드의 음악이라면 장르, 국적 안가리고 다 듣기 시작했다.
특히 중고등학교 때에는 주로 Rock, Metal, Jazz를 많이 들었는데,
이 포스팅의 가장 상단에 유튜브 영상을 넣은 Misty라는 곡은
가장 좋아하는 재즈 발라드 중에 한 곡이었다.
Misty라는 곡에 빠지다.
나는 이 미스티 Misty라는 곡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명절 때마다 친척들에게 받던 용돈을 모아둬서 고1 때 처음 산 일렉트릭 기타에 이름을 Misty라고 지었다.
기타의 바디가 투명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레스폴 위에 올려놓은 빨간 기타가 Misty다.
지금은 팔아버려서 없다.
Misty를 연주하고 부른 뮤지션은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전은 위의 원곡인 Erroll Garner 버전이다.
보컬이 들어가있는 버전의 Misty도 있는데,
처음 가사가 이렇게 시작한다.
Look at me
I'm as helpless as a kitten up a tree
And I feel like I'm clinging to a cloud
I can't understand
I get misty just holding your hand
그래서 기타를 치면서 20대 중반에 처음 만든 페달 보드의 가방에도
이렇게 미스티의 가사를 적어놓았었다.
내가 사용하는 레스폴의 그림까지 그려두면서 말이다.
(은색 페인트 펜으로 직접 쓰고 그렸다.)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자작곡도 하면서 앨범까지 냈던 밴드의 인터넷 카페에서도
나의 닉네임은 Misty였다.
나를 미스티라고 부르던 아이
그 당시 내가 활동하던 밴드의 팬까지는 아니었지만,
밴드들의 공연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우리 밴드 공연 때에도 자주 나타나던 여자애가 한 명 있었다.
이 건방진 여자아이는 나랑 5살 차이가 났고,
당시에 고딩이었던 주제에 첫 만남부터 나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던..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라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친구처럼 지냈던 아이였다.
그 아이는 특이하게 나를 본명으로 부르지 않았고,
우리 밴드의 인터넷 카페의 나의 닉네임인 Misty를 보고는
항상 나를 "미스티~!" 라고 불렀다.
미스티는 나의 기타 이름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역시나 그 아이는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그 자작곡을 하던 밴드를 그만둔 2006년부터는 나름 바쁘게(?) 살았다.
군 제대 후에 바로 일을 구해서 반년 정도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학교를 복학했다가, 다시 휴학을 했다가,
일본에 가서 살다가, 다시 귀국해서 대학을 마저 다니며 졸업을 하고,
그리고 다시 일본에 가고..
취미로 카피를 하는 밴드는 틈틈이 해왔지만,
자작곡을 하는 밴드는 오랫동안 공백을 가지다가
2015년에 다시 자작곡을 하는 밴드를 시작했다.
이 밴드를 하다가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야외에서 공연을 할 일이 생겼는데,
그때 나를 미스티라고 부르던 그 여자아이를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철부지 소녀의 모습을 벗어던진 이 아이가 나를 여전히 미스티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때의 네 닉네임이 뭐였더라..' 하며 기억을 더듬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만나자마자 바로 미스티라고 부르는 그 여자애의 기억력이 경이롭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다시 미스티
이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내 닉네임을 뭐라고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 성 + 이름의 이니셜을 넣었었다.
서TJ, 이SH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 이름도 아니고.. 좀 그랬다.
나만의 특별한 닉네임을 만들어야만 했다.
다음에 내가 다시 밴드를 할 때에 써도 이상하지 않을 예명 같은 것으로..
일본 사람들이 발음하기도 쉽고, 다른 해외 여러나라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이름이었으면 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나를 항상 미스티라고 부르던 아이가 떠올랐다.
미스티.. 영어 발음이 이상한 일본인이라고 해도 미스티는 완벽하게 발음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래. 계속 미스티라고 불리고 있었으니 미스티로 하자..' 라는 결론을 내렸다.
Misty는 지금은 팔아서 없는 나의 첫기타 이름이었으니 스펠링은 다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닉네임이 지금의 mystee이다.
♬ Ella Fitzgerald - Misty
Look at me
I'm as helpless as a kitten up a tree
And I feel like I'm clinging to a cloud
I can't understand
I get misty just holding your hand
Walk my way
And a thousand violins begin to play
Or it might be the sound of your hello
That music I hear
I get misty the moment you're near
Can't you see that you're leading me on
And it's just what I want you to do
Don't you notice how hopelessly I'm lost
That's why I'm following you
On my own
When I wander through this wonderland alone
Never knowing my right foot from my left
My hat from my glove
I'm too misty, and too much in love
I'm just too misty and too much in love
미스티라고 불리던 그 시절,
20대 초반에 활동했던 그 밴드의 합주실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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