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술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적어보겠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글의 제목이 자극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들과 생각들을 적어보는 것뿐이다.
그리고 필자 이외에도 술이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고,
그런 사람들도 대부분 필자와 비슷한 이유로 술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필자 미스티의 나이는 30대다.
그동안 블로그에서도 몇 번 한 적이 있는 말 같은데,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이라는 것을 몸속으로 넣지 않은지 7년은 넘었고,
그 7년 전에 마신 것도 어쩔 수 없이 기분 맞춰주느라 억지로 몇 모금 마신 것뿐이다.
그동안 내 인생 속에서 술을 꾸준히 마셔왔던 적도 없다.
한때에는 많이 마시다가 끊은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글의 제목처럼 나는 술이 이 세상에서 없어져버려야 한다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다.
(그 이전에 담배 좀 제발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왜 이런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나는 대로 적어볼까 한다.
중학교 때의 친구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졸업한 초등학교는 서로 달랐고, 중학교 때부터 알게 된 사이인데,
이 친구는 중1 때부터 키가 180이 넘었었다.
동급생들과는 키 차이가 엄청나게 많이 났다.
그래서 전교생이 그냥 다 알고 있는 아이였다.
반에서 반장이기도 했고, 키도 큰데 운동도 잘해서 여자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인기도 있었다.
이 친구는 흔히 일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과 어느정도 친분이 있고, 나중에는 담배도 배우게 되었지만,
남들을 괴롭히거나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나에게 호의적이었다.
일진들과 가깝고 담배도 피운다는 사실 때문에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해서 아주 막 가깝게 지낸 건 아니었지만,
주말에 따로 만나서 논 적도 있고, 서로 삐삐도 치고 했던 사이였다.
(나이가 대충 짐작이 되는 고대 유물 등장.. 중학교 때 삐삐를 쓰던 분은 나랑 동년배일지도..)
중2 때에는 이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당분간 입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방과 후에 병문안을 가기도 했고,
중학교 때부터 내가 듣던 일본 락음악에 이 친구도 관심이 생겼는지,
나에게 테이프 좀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주기도 하는 등..
절친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소소한 추억들이 있는 친구였다.
이 친구와 나는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고,
그렇게 3년이 지나고 수능이 끝난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이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던 사람의 차에 치었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한다.
음주운전을 하던 그 사람은 술에 취한 채로 규정속도도 당연히 위반하고 있었고,
무단횡단도 아닌.. 멀쩡히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학교 때의 내 친구를 치어버린 것이었다.
너무 거짓말 같은 소식이라 믿고싶지 않았지만,
중학교 때의 친구들 몇 명이서 함께 그 친구의 유골함이 있는 납골당에서 친구의 이름과 사진을 확인하고 나서야
정말 친구가 세상을 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렇게 중학교 때의 키 크고, 운동 잘하고, 비록 담배는 일찍 배웠지만 착했던 내 친구는
수능이 끝난지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에..
이제 막 인생에 꽃을 피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나는 원래 술을 못 마신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였다.
같은 방을 쓰는 같은 반 친구들 중에 누군가가 큰 페트병에 가득 담긴 소주를 몰래 챙겨 왔다.
그때까지는 술에 대해서 거부감도 없었고, 호기심도 있던 시기라
나는 종이컵에 술을 마구 받아마시기 시작했다.
몇 잔을 마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큰 종이컵으로 제대로 된 안주도 없이 너무 빨리 마셔서인지, 조금 후 나는 몸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화장실로 가서 변기에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이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토를 하는게 너무 괴로워서 믿지도 않는 여러 신들을 찾기 시작했다.
정말 죽을 것 같이 괴로웠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을 혼자 괴로워했다.
나중에는 욕조에서 샤워기에 물을 틀고 누워서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정말 그렇게 몇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한 다섯 시간을 그러고 있었을까..?
난 모두가 다 잠든 새벽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불 꺼진 방으로 돌아와서 잘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욕조에서 그러고 있는 동안에
화장실에 들어와서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서 똥을 누고 간 친구가 총 2명이 있었다.
JSH과 LSH이라는 친구였는데,
내 옆에서 똥을 누던 이 둘은 다음날 저녁에 장난으로 베개 싸움을 하다가 서로 감정이 상해서 진짜로 싸웠다.
웃기는 건 서로 진짜 화가 난 채로 감정적으로 싸우는 와중에도 서로를 때리는 건 주먹이 아니라 베개였다.
착했던 아이들.
나는 B형 간염이다
위의 글에서 썼던 내용인데,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진단을 받았다.
부모님들은 다들 간염이 없다고 하시고 다른 가족들도 간염이 없는데 나만 간염이라니,
그렇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의료사고들이 더 많았을 그 옛날의 병원에서
주사기나 혈액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옮아버린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 시절에는 정말 그런 의료사고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내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로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술을 마셨다가
그렇게 큰 신고식을 치르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간염이 있음에도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는 사람도 있다고는 한다.
(말이 잘 마시는 것이지.. 본인이 점점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B형 간염도 있는 데다가 술도 몸에서 잘 받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데, 내가 B형 간염이 있는 데다가 술도 못 마시는 것을
'술이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냥 내 몸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말은 안 해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술은 많은 문제들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술을 싫어하는 이유는 중학교 때의 친구 이야기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계속해서 더 적어보겠다.
억지로 술을 권했던 수많은 사람들
허선배를 비롯한 수많은 질 안 좋은 선배들 때문에 힘들기만 했던 학교 밴드부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에 썼었다.
위의 글에 등장했던 허선배도 억지로 술을 권했던 사람이었다.
원래는 고3이어야 하는데 고2인 복학생이 고1인 후배들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다니..
참 대단했던 밴드부였다.
그리고 내가 고3이 되었을 때에는 20대인 성인 형들과 같이 쓰는 합주실을 사용했었다.
고1 때 활동했던 학교 밴드와,
고2 때 활동했던 YMCA 소속 밴드에서 벗어나서 어른(?)들과 함께 쓰는 합주실을 들어간 것이었다.
광주의 쌍촌동에 있는 합주실이라서 일명 쌍촌동 합주실로 불렸었다.
그런데 거기서는.. 허선배 같은 질 안 좋은 형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끈질기게 술을 권하는 형은 있었다.
그 합주실에서는 자꾸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는 형들이 술판을 벌였는데,
그 당시 아직 미성년자인 나에게도 자꾸 술을 권하는 것이었다.
술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이미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생긴 뒤라 간염 핑계를 대며 계속 거절했지만,
이미 술에 취해서 혀가 꼬부라진 그 형은 자꾸 나에게
'내가 술 따라줄게... 어..? 술잔이 전혀 안 줄어있는데...?',
'어? 술잔이 아직도 그대로다...?' 하며 자꾸 나를 압박했다.
그래서 한 번은 그 형의 눈을 피해서 술잔의 술을 바닥에 버렸었는데,
내 편일 거라고 생각했던 그 합주실의 최연장자 형이 그걸 보고는 나에게
너 방금 술을 버린 거냐고.. 또 그러면 죽는다면서 진심으로 화를 냈었다..
그 당시 내가 만든 밴드에는 고1인 키보드를 치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여자아이는 그 술 좋아하는 다른 밴드 형들이 권하는 술을 주는 대로 받아마셨다가
고1 때 내가 수학여행 때 그랬던 것처럼 계속 토하면서 몇 시간을 고생하는...
나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걔를 보호했어야 하는데 참 못난 리더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시에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쳐도 뾰족한 수는 없었을 것 같다.
나는 친구의 소개로 그 합주실을 쓰기 시작했고,
그 친구는 그 합주실의 모든 형들과 다 친했기 때문이다.
그 형들과 싸운다거나 하는 상상은 당시에는 해볼 수도 없었다.
20대 초반까지도 그런 일들은 많이 있었다.
다 비슷비슷한 패턴의 일들이니까 자세한 썰을 푸는 것은 여기까지로 하고..
어쨌든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때에는 유난히 술을 억지로 끝까지 권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많았다.
대학교에서 신입생들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다가 술을 먹던 학생이 사망하는 뉴스는
그 시기 쯤에도 지겹도록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매해 3월에는 항상 있었던 뉴스였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뉴스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그나마 조심을 했었을 거다.
만약 이런 뉴스조차도 없었다면 간도 안 좋은 데다 유난히 술도 못 받아들이는 나는
술 때문에 죽은 신입생으로 뉴스에 나왔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필자가 10대~20대가 아니라서인지,
아니면 술을 억지로 권하는 문화가 조금은 사라진 것인지,
30대인 요즘은 그때처럼 술을 억지로 권하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본 적이 없다.
하지만 '사회생활 하려면 술을 마실 줄 알아야 한다'라던가
'승진하려면 술을 마셔야 한다'같은 이야기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술 때문에 생긴 직접 겪고 들은 이야기들
처음 소개할 이야기는 아주 작은 에피소드다.
위에서 잠깐 이야기 한 고3 때 썼던 쌍촌동 합주실에서 합주를 끝낸 다음에
베이스 치는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였다.
중간에 웬 술에 취한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는데 누가 봐도 이미 꽤나 마신 상태였었다.
나는 그냥 무시했는데 베이스 치는 이 착한 아이가 그 술 취한 아저씨의 말에 대꾸를 해주었다.
거기서부터 일은 꼬였다.
이 아저씨는 말할 상대가 생겨서 기분이 좋았는지 자기가 사겠다(?)면서 우리를 편의점으로 끌고 갔다.
뭘 대단한 것을 사준 것도 아니었고, 이미 밤이라 하늘은 어두워져 있고,
우리는 빨리 집으로 가야 하고, 또 빨리 가고 싶은데
이 아저씨는 편의점에 우리들을 앉혀놓고 혼자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계속하고 우리는 그걸 듣고만 있었다.
술에 취한 이 아저씨의 이야기는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우리들에게 교회에 꼭 다니고 하나님을 믿으라는 것이었다..
자기가 예전에는 사고도 많이 치고 전과도 있고 경찰서도 많이 갔는데 (예전이 아닌 그 당시에도 그럴거 같아 보였다..)
언젠가 또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 뒤로 뭔가 하얀빛이 생기더니 뭔가 하얀 형제가 보였다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을 본 뒤로 갑자기 그 경찰이 조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써주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참 대단한 하나님이시다.
결국 우리는 그 아저씨 때문에 각자의 소중한 시간을 한 시간 이상씩 뺏긴 후에야
겨우 벗어나서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사실 이런 에피소드는 그냥 하나의 작은 해프닝일 뿐이다.
조금 더 위험했던 에피소드는,
고3 때 졸업을 앞두고 인생 첫 아르바이트로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술을 조금 마신 서로 친구인 두사람이 편의점에서 캔음료를 계산하고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다음에 계산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혼자였고, 술을 많이 마셔서 고주망태가 되어있었는데,
이 만취한 사람이 혼자서 뭐라고 중얼중얼 욕을 했다.
누구에게 하는 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에서 계산하고 나가려던 두 사람에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고,
거의 혼잣말 수준이었다.
그런데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던 두 사람 중에 한 명(A라고 칭하겠다)이 그걸 들었고,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A라는 그 사람은 '방금 뭐라고 했냐'고 신경질 적으로 물었고, 이 만취한 사람 B는 또 욕을 했었던 것 같다.
B는 여전히 A에게 욕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계속 혼잣말 중인 느낌이었다.
그러자 A가 욕을 하면서 방금 계산한 캔음료를 풀스윙으로 던졌고,
정확히 던진 것도 아니고 정말 그야말로 '아무나 맞아라' 같은 느낌으로 던진 거라서 하마터면 내가 맞을 뻔했다.
내 뒤의 벽에 캔음료가 맞고 캔음료는 터졌고, A는 B의 멱살을 잡고, B를 편의점의 테이블 쪽으로 쎄게 밀었다.
술에 만취한 B는 자기 몸을 가눌 수가 없었기에 얼굴이 무방비인 상태로 테이블에 얼굴을 찍어버렸고,
이빨이 깨져서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리고 술은 마셨지만 좀 더 이성적이었던 A의 친구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A를 빨리 끌고 가면서 두 사람은 사라져 버렸었다.
그 새벽에 경찰을 부르고, 경찰이 B를 데려가고, 바닥의 피와 여기저기 튄 음료수를 청소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A는 잡지 못했고, (일하기 귀찮아하는 경찰이 B도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안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
B는 아무런 기억도 없이 술에 만취했다가 이빨을 잃었다.
물론 치과 치료비도 다 그냥 본인이 부담했을 것이다.
술 때문에 생긴 이야기들은 하나하나 이야기하자면 너무 많고 길다.
너무 많아서 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나뿐만 아니라 각자 다들 술 때문에 생기는 이런 일들에 대한 경험들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가지 짧게 더 이야기하자면,
대학 때 같은 동아리 여자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자기네 과 MT 때에 다들 술을 늦게까지 마신 후에 자고 있는데,
술은 마셨지만 아직 정신이 멀쩡한 남자애 하나가
술에 취해서 자고 있던 여학생의 몸을 만진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여자애가 잠은 자고 있었지만, 자기가 자던 중에 누군가가 자기를 만진 것 같은 것을 느꼈고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주변에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건 엄연한 범죄다.
그 후로 어떻게 됐는지는 듣지 못했다.
또,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술만 취하면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시비 걸고 쌍욕을 하는 뚱뚱한 아저씨도 있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그랬는데, 그때마다 경찰이 왔었다.
마지막으로 그 아저씨를 봤을 때에는 결국 죄 없는 주민을 한 대 때려서
경찰차에 태워서 경찰서로 가는 것까지 보았다.
그 후로 징역이라도 간 건지, 이사를 간 건지, 버릇을 고친 건지 (가능성은 낮지만..)
술 때문에 죽기라도 한건지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 후로는 그 아저씨를 본 적이 없다.
이건 직접 겪은 건 아니고 아주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어떤 20대 초반 여성 분이 술을 마시고 나와서 친구들과 걷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려고 하는데 순간 발을 헛디뎌서 앞으로 넘어졌고,
넘어진 순간 상체 일부가 차도로 나가게 됐고,
때마침 차도를 달리던 트럭에 머리가 깔려서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글을 봤다.
소설은 아니었다.
그 여성분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친구들이 추모글들을 줄줄이 적어놓은 것까지 봤었으니 말이다.
이런 여러 가지 사례들이 내가 점점 술을 싫어하게끔 만들었다.
중학교 때의 친구의 일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계속해서 술과 관련해서 안 좋은 이야기들만 듣고, 봐왔다.
그중 절정이었던 것 하나는,
내가 20대 중반에 짝사랑을 했던 후배가 한 명 있었다.
나는 그 후배를 남몰래 혼자 좋아했지만, 이 후배는 내가 본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해서 본인의 비밀 이야기 같은 것을 다 털어놓곤 했었다.
그중에 너무 듣기 괴롭고 힘든 이야기가 하나 있었는데,
이 친구가 나름의 꿈을 가지고 혼자 서울로 올라가서 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본인이 평소에 좋아하던 어느 인디밴드의 공연도 보러 다니게 되었고,
그 밴드의 멤버 중 하나랑 실제로 가까워져서 둘이서만 같이 술을 먹게 되었다고 한다.
술에 뭔가 약을 탔던 것 같다고 했다.
평소의 자기 주량에도 못 미치는 양을 마셨는데 언젠가부터 아무런 기억이 없고,
깨보니 모텔이었고, 본인의 몸 위에 그놈이 있었다고 했던가..?
발로 차고 나왔다고 했었다.
그 당시에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괴로웠었다.
남몰래 좋아하던 애가 나에게 바로 어제께 강간당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그걸 듣고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해보시라.
그 밴드의 이름과 멤버 이름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혹시 TV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음악 방송에서 어떤 인디밴드 멤버들이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덜렁덜렁 한 채로 뛰고 있는 장면이 TV로 생중계가 됐던 사건을 기억하는가?
그 밴드의 이름은 카○치였고, 그 당시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던 밴드는 럭○였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짓을 저지른 카○치가 나빴던 거지, 럭○는 무대 위에서 노래만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카○치나 럭○나 거기서 거기다.
같은 소속사에 서로 친한 밴드인 것으로 알고 있고, 럭○도 뉴스 검색해보면 사건들이 많다.
20대 중반의 나의 짝사랑에게 그 짓을 한 성범죄자는 럭○의 멤버였다.
지금은 결혼해서 애도 있는 것 같던데.. 과연 좋은 아버지가 될까? 난 아니라고 본다.
술 때문에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들
2020년 7월 18일의 뉴스다.
술에 취한 채로 택시에 탄 사람이 성의 없이 대답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태우고 가던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등을 부쉈다.
2020년 7월 9일의 뉴스다.
40대 남성이 아파트 9층에서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 2마리를 던졌다.
배변을 못 가려 홧김에 그랬다고 한다.
강아지들은 9층 높이에서 떨어졌지만 다행히 나무에 부딪혀 충격을 완화할 수 있어 목숨을 구했다.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찾은 개 주인은 당시 만취 상태였다.
2020년 7월 23일의 뉴스.
부산의 한 PC방에서 술에 취한 10대 여성이 흉기를 휘둘렀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손님과 종업원 등 세 명이 다쳤다.
흉기를 휘두른 A양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취업준비생으로 "자신만 불행한 것 같아 그랬다"고 말했다고 한다.
A양은 PC방에 가기 전 인근 주점에서 혼자 소주 1병과 맥주 1병을 마셨고,
술을 마신 뒤 집에 가서 흉기를 챙기고 비닐봉지에 담아 이 PC방을 찾았다.
2020년 7월 24일.
하루에 두 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뉴스에 나왔다.
이 사고들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2020년 7월 27일.
부부인 방송인 박지윤 씨와 KBS 최동석 아나운서의 가족이 탄 승용차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던 화물차 부딪혔다.
화물차 운전자는 만취 상태였다.
2020년 8월 7일 오전 0시 45분께 부산 금정구 부곡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만취한 20대가 몰던 1t 트럭이 가로등을 들이받은 뒤 난간을 뚫고 4∼5m 아래 온천천 보행 인도 부근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산책로에 보행자가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2020년 8월 7일.
서울 마포구의 10살 소녀가 어머니에게 폭행을 당하고 맨발로 편의점을 찾아왔다.
헝클어진 머리에 코피를 심하게 흘리는 10살 A양은 어머니가 술에 취해 목을 조르고 머리를 때렸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양 어머니는 사건 당일 만취해 집에 들어갔는데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아이를 보고 순간 화가 나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9월 6일.
대낮부터 술에 취해 운전을 하던 남성이 가로등을 들이받았는데
가로등이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6살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아이는 햄버거를 사러 간 엄마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위의 뉴스에는 나와있지 않은 내용이지만, 다른 곳의 뉴스에서 들은 내용으로는,
아이를 실내에서 기다리게 하면 혹시라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옮을까봐
엄마는 아이를 밖에서 기다리게 했었다고 한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며 섬세하게 아이를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며
본인은 잘못을 한 것이 없는데도 평생 스스로를 자책할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2020년 9월 9일.
인천에서는 만취한 30대 여성 운전자가 몰던 벤츠 차량에 50대 남성이 숨졌다.
피해자는 치킨집을 운영하던 가장으로, 늦은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던 길이었다.
2020년 9월 24일 새벽, 울산에서 1t 트럭과 오토바이가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다.
사고 당시 트럭 운전자는 만취 상태로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
2020년 9월 25일의 뉴스다.
현직 의사가 길가에 만취한 채 앉아있던 여성을 숙박업소에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술과 관련된 개인적인 기억들에서 벗어나서 이제 사회적인 문제들을 봐보자.
뉴스를 보는 사람이라면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너무 유명한 사건들도 몇개 보일 것이다.
위의 뉴스들은 올해의 7월부터 9월 사이에 있었던 술과 관련된 사건 사고들이다.
뉴스들을 샅샅이 뒤져보면 이것보다 더 많은 뉴스들이 있을 것이고,
뉴스에 나오지 않은 사건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런 비슷한 뉴스들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거의 매일 듣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술을 싫어하고 앞으로도 마시지 않을 것이다
이제 필자가 술을 싫어하는 이유들이 충분히 설명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 잘못도 아닌데 어디에선가 간염이 옮았고,
그걸 간과하고 한번 호기심에 술을 마셨다가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고통을 느꼈고,
간염인 것을 말을 해도 10대였던 나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는 많은 인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고,
그러다가 수능이 끝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옛 친구가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고,
그 후로도 억지로 술을 권하는 인간들은 참 많이 만나왔고,
(위에서 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나랑 사귀는 중에도 친구들이랑 클럽을 가겠다는 옛 여친과 싸운 적도 많았고,
(그 옛 여친은 술자리만 가면 반드시 필름이 끊기고 밤새 연락을 안 받다가 다음날이 되어서야 겨우 연락이 돼서,
필름이 끊겼다고..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던 아이였다..)
짝사랑하던 후배가 술 마시다 강간을 당한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이 외에도 너무나도 많다..
너무 더러워서 여기에 쓰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다..
몇 달 전 최근에는 아는 지인의 지인이 술을 마시다가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건지..
건물에서 추락해서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 사건은 기사화되거나 하지도 않았다.
또,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술 때문에 생긴 사건 사고들의 기사가 끊임없이 넘쳐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역시 술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돼..'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냥 혼자서 기분 좋게 술 마시는 사람도 있다고,
주량을 잘 조절해서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고,
술 때문에 생기는 교통사고, 강간, 살인 사건들은 뉴스에서 항상 끊임없이 들려온다.
술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마실 줄 아는 사람들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까지 몇 번의 사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운 안좋은 사람들이 죽어서 뉴스에 나오거나 그랬겠지..
술을 마시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본인이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위에서 필자가 이야기했던 짝사랑 이야기와 바로 위에 링크된 의사가 만취 여성 성폭행한 기사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느 순간, 본인이 사건 사고의 가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사고는 내지 않았지만 음주단속에 걸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음주운전 하다가 걸린 연예인들도 한둘이 아니다.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물론 모두가 술을 마신 후에 운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간 판단력이 흐려져서 실수를 할 가능성은 있다는 거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절대 안 그랬고, 앞으로도 안 그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나는 술을 좋아하면서 항상 흐트러지는 모습이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어쨌든 술을 좋아하면 그만큼 위험한 상황에 노출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술 말고는 인생에 낙이 없는 것 같은 어떤 불쌍한 사람은 심지어 나에게
"야~ 너는 도대체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면 무슨 재미로 사냐?" 같은 무례한 말까지 했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게 아니라 비웃는 투로 물어본다.
물론 최근에는 그런 종류의 사람도 거의 볼 일이 없었다. 술자리를 안가진지 꽤 됐으니..)
그럴 때는 그냥 대충 웃어넘긴다.
그 상황에서 그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소개해줄 수도 없는 일이고,
악기를 연주하는 즐거움에 대해서 말해주기에는 상대방의 질문이 너무 저급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재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도 통할 사람도 아니다.
그냥 혼자 정처 없이 걸으면서 풍경을 감상하고 괜찮은 뷰가 보이면 사진도 찍고,
가끔 미술 전시도 가서 감상을 하는 그런 재미를..
딱히 말해줄 필요도 없고, 말해도 이해 못할 것 같고,
애초에 질문할 때부터 진지하게 궁금해서 질문을 해온 것이 아니었으니 어차피 비웃을 것 같기 때문이다.
술 없이 살아왔어도 내 인생은 재밌었다.
최근에는 좀 노잼인생이긴 하지만.. 그건 술과는 관계없는 일이고,
어쨌든 위와 같은 여러가지 이유로 앞으로도 나는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다.
할 말이 너무 많은 주제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긴 했지만..
글이 너무 많이 길어져버렸다.
하고 싶은 말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해버린 것도 아닌데도 지금 글을 쓰느라 몇 시간을 써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쯤 하고 이만 글을 줄여볼까 한다.
그래도 남은 이야기들을 끝까지 써보고 싶어지는 때가 오면 이어서 더 이야기를 해보겠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공감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주거나 했으면 좋겠다.
공감을 못하겠고 반론을 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을 정도인 분들은 술의 좋은 점을 말해주며 반론해주셔도 좋다.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술이 좋은 이유도 있다면 진심으로 그것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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