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PC로 작성되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가끔
줄 바꿈이 어색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팅에는
이야기를 하듯이 경어체를 쓰지만,
이 포스팅은 일기 형식의 글이므로
평서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 이야기
♬ MICHAEL JACKSON - ROCK WITH YOU (1979)
나는 유학시절의 6~9개월차 쯤인가부터 유럽 친구가 무척 사귀고 싶어졌다.
유럽 어느 국가든 상관없이 유럽에 굉장히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10대 시절부터 유럽의 야경 사진을 무척 좋아해 왔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왜 나는 일본을 오게 됐을까.. 일본에 오기 전부터 유럽에 관심을 가지고 유럽을 갔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다.
유럽은 대학교까지 무료교육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유학 이야기를 초반부터 읽어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집에서 보내주고 지원해주는 유학을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학하고 싶은 음악전문학교의 학비를 스스로 모아야만 했고,
그것 때문에 「집 - 알바 - 학교 - 알바 - 집 - 곧바로 취침」 이런 우울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
어쨌든 그냥 유럽 친구를 만들고 싶어졌다.
첫 학기 때의 영국인 친구는 서로 일본어가 잘되지 않아서 친해질 수가 없었던 데다가
그는 한 학기만 다니고 학교를 그만 다녔다.
그다음 두 번째 학기와 세 번째 학기 때에는 반에 아시아인들 뿐이었다.
그러다가 네 번째 학기를 맞이하고, D클래스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때 같은 반에 프랑스에서 온 여자아이 쥬스틴이 있었다.
쥬스틴
쥬스틴은 내 인생 처음으로 눈동자 색이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한 친구다.
그녀의 눈동자는 파란색과 녹색이 섞여있었는데
울 때에는 눈동자 색이 완전히 녹색으로 바뀐다고 알려주었지만, 그걸 보게 되는 일은 없었다.
내가 다니던 일본어학교에서 같은 반에 원래는 없던 학생이 새로 생겨있다면 그건 둘 중에 하나이다.
새로 입학을 해서 레벨 테스트를 받아보고 본인에게 맞는 반으로 들어온 것이거나,
그 전 학기의 종료 테스트 때에 결국 성적이 안 좋아서 같은 학기 수업을 다시 듣게 된 것이거나..
쥬스틴은 후자였다.
본인의 친구들은 다 E클래스로 올라갔는데, 본인 혼자만 D클래스에 머물러 있기도 해서
처음 봤을 때의 쥬스틴은 굉장히 의기소침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는 것이 당연했다.
혼자만 시험에 떨어져서 9개월 동안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과 다른 반이 된 데다가
새로운 같은 반의 친구들은 다 낯선 사람들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붙임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외향적이지도 않은 나는 그때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던 것인지..
초반부터 일부러 쥬스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어떤 대화를 하다가 그런 말이 튀어나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서로 대화를 나눈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는 쥬스틴에게
오늘부터 난 너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말을 했다.
새로운 반 친구들을 어색해하는 쥬스틴에게 긴장을 풀게 해주려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진심으로 정말 앞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으니 말한 것도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그 후부터 정말 친하게 지냈다.
쥬스틴과는 음악으로 친해지게 되었다.
그녀는 마이클 잭슨을 좋아했는데,
나는 당시에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많이 알지는 못했었지만,
이것저것 듣다가 점점 나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중학교 때부터 일본 음악으로 점점 일본에 관심이 커졌던 것처럼
쥬스틴도 일본 밴드의 음악을 계기로 일본을 좋아하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역시 음악은 세계 공통 언어다. 골고루 많이 듣고 볼일이다.
쥬스틴에게는 일본인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이름은 타케시였고,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나와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언제 한번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했었다.
음악전문학교를 다니고 싶어서 일본에 온 나와
일본에서 나고 자라서 일본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쥬스틴의 남자친구.. 부러웠다.
빈말을 절대 안 하는 쥬스틴은 얼마 후에 정말 그걸 실행에 옮겨서 나와 타케시를 만나게 했다.
좌 미스티, 우 타케시
사람 얼굴을 이상하게 만들어버리는 일본의 스티커 사진 덕분에 내가 뭔가 좀 이상하다..
쥬스틴의 눈은 블루 + 그린인데, 이 스티커 사진은 그걸 표현해내지 못했다.
만나서 어떻게 놀았는지는 사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10년이나 지나버린 일이기도 하고,
나에게는 타케시와의 대화가 인상 깊어서 그 대화 내용만 기억에 남아있다.
쥬스틴은 황당하게 서로 처음 만나는 남정네들 둘만 놔두고 먼저 무슨 일로 어딜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처음 만나는 남자 둘만 남게 된 것이었다.
타케시와 나는 타카다노바바 高田馬場역에서부터 신오오쿠보 新大久保역까지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타케시는 나에게 왜 내 여자친구랑 필요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냐며 내 멱살을 잡..
그런 일은 당연히 없었고,
짧지 않은 거리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기억나는 대화는 이 두 가지였다.
타케시에게 내가 어떻게 유학을 와있고, 앞으로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이야기했을 때,
그리고 한국에서 다니다가 휴학한 대학교는 졸업할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타케시는 그래도 대학은 졸업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거나 하지는 않고 단지 그 말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맞고, 어떤 사람에게는 틀린 말이라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그 말로 조금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본인의 스튜디오도 가지고 있다고 들은 타케시는
나에게 있어서는.. 나의 꿈을 이룬 채로 살고 있는 부러움의 대상인데,
타케시는 '음악은 취미로 그냥 즐겁게만 하던 시절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고 말을 했었다.
이 말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울렸었던 말이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신오오쿠보 역 바로 근처에는 악기사가 하나 있었다.
거길 같이 들어가서 악기 구경을 했다.
같이 악기 구경을 하다가 타케시가 아재 개그를 하나 날려줬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장난 공격에 순식간에 당해서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뭐였는지는.. 별 대단한 것도 아니니 이글의 마지막에 써놓겠다.
그렇게 얼마 안 있다가 타케시와 나는 신주쿠에서 헤어졌다.
♬ Amaterous - Effigies
이후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쥬스틴과 타케시는 결혼을 했고
지금은 둘이서 영국에서 살고 있다.
부럽다.. 결국 유럽에서 사는구나.. u_u
위의 밴드의 뮤직비디오는 현재 타케시가 활동하고 있는 밴드이다.
원래 타케시는 기타를 쳤지만, 이 밴드에서는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다.
기타를 연주하던 사람이 베이스를 연주하는 일, 자주 있는 일이다.
신기하게도 이 포스팅을 적는 오늘이 쥬스틴의 생일이다.
페이스북에 생일 축하한다고 글을 남겨두었고 코멘트가 달렸다.
쥬스틴은 여전히 이렇게 연락도 잘되고 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때까지 둘 다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란다.
타케시가 했던 아재 개그 말인데..
같이 기타를 구경하다가 데임 Dame이라는 브랜드의 기타를 발견했다.
타케시가 기타 헤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들어왔다.
このギター、ダメですね。
코노 기타, 다메데스네.
(이 기타, 다메네요.) (이 기타, 못쓰겄네요.)
이해가 안 된다면 그냥 넘어가도 좋은 이야기다.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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