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PC로 작성되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가끔
줄 바꿈이 어색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팅에는
이야기를 하듯이 경어체를 쓰지만,
이 포스팅은 일기 형식의 글이므로
평서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
이 카테고리에 얼마 전부터 나의 10년 전의 유학생활의 기록을 연재하고 있다.
벌써 6번째 글이다.
지난 이야기
♬ 椎名林檎 (시이나 링고) - 歌舞伎町の女王 (카부키쵸의 여왕)
蟬の聲を聞く度に,目に浮かぶ九十九里浜
매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눈에 떠오르는 쿠쥬쿠리하마
皺皺の祖母の手を離れ一人で訪れた歡樂街
주름 잡힌 할머니의 손을 벗어나 혼자서 방문한 환락가
ママは此處の女王樣生き寫しの樣なあたし
마마는 이곳의 여왕님. 꼭 닮은 나.
誰しもが手を伸べて子供ながらに魅せられた歡樂街
누구든지 손을 뻗치면 어리더라도 매혹될 환락가
十五に成ったあたしを置いて女王は消えた
열다섯의 나를 두고 여왕은 사라졌다
每週金曜日に來ていた男と暮らすのだろう
매주 금요일마다 찾아왔던 남자와 사는 거겠지
「一度榮えし者でも必ずや衰えゆく」
[한번 성한 자도 반드시 쇠해간다]
その意味を知る時を迎え足を踏み入れたは歡樂街
그 의미를 알았을 때 이미 발을 들여놓은 곳은 환락가
消えて行った女を憎めど夏は今
사라져 갔던 여자를 증오했던 여름은 지금
女王という肩書きを誇らしげに揭げる
여왕이란 지위를 자랑스러운 듯이 내걸지
女に成ったあたしが賣るのは自分だけで
여자로 자란 내가 파는 것은 내 자신뿐
同情を欲した時に全てを失うだろう
동정을 바라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겠지
JR 新宿驛の東口を出たら
JR 신주쿠역 동쪽 출구를 나서면
其處はあたしの庭大遊戱場歌舞伎町
그곳은 나의 안마당 대유희장 가부키쵸
今夜からは此の街で娘のあたしが女王
오늘 밤부터는 이 거리에서 딸인 내가 여왕
카부키쵸를 아는가?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가?
카부키쵸는 도쿄도 신주쿠구 남부, JR 신주쿠역의 동쪽에 위치한 일본 최대의 환락가이다.
사진 출처 WIKIMEDIACOMMONS
이곳은 밤마다 이렇게 화려한 불빛을 내뿜으며 호스트와 호스티스들이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거리이다.
야쿠자와 관련이 되어있는 가게들도 많이 있고 그래서 각종 소문들과 일화들이 많은 곳이다.
예를 들면, 이곳 거리에서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는 않는 좁은 골목이 있는데,
별 특별할 것도 없는 골목이지만 이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있다.
왜 거기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지 궁금하면 일단 사진을 찍어보고,
뒤이어 나타나는 야쿠자들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정말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이유가 그 세계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별것도 없는 곳에 사진 촬영 금지 경고가 붙어있는 골목길은 실제로 존재했다.)
그리고 다니고 있던 일본어학교의 N(이니셜) 선생님께서 그곳은 위험하니까 되도록 가지 말라며,
본인이 실제로 본 어떤 장면을 이야기해줬는데,
신주쿠 구청의 뒷골목에서 (그 위험하다는 카부키쵸 안에 신주쿠 구청이 있다.)
야쿠자들이 어떤 남자 한 명을 강제로 차의 트렁크에 밀어 넣고 문을 닫은 다음에
차를 타고 출발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했었다.
인도에서 온 학생이 영화 속 장면 같다고, 진짜냐고 묻자
정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N선생님의 눈빛은 그 이야기가 진실임을 말해줬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리고 술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밤문화와도 거리가 멀다.
그 흔한 클럽이라는 곳도 평생 한 번도 안 가보다가
일본에서 친구들이 클럽을 같이 가보자고 해서 그때 딱 한번 가봤다.
그런 내가 이 포스팅의 첫 시작부터 이런 무서운 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사실은 여전히 야쿠자의 일을 하고 있었던 친척 한분이 나에게 이 구역을 맡아보라고 넘겨주면서..
는 당연히 아니고..
이 연재 중인 시리즈의 두 번째 포스팅에 쓴, 첫 알바였던 호텔이 있던 장소가 카부키쵸였던 것이다.
카부키쵸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일본에 처음 도착했던 날, 모든 것이 신기했던 나는,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유학원 사무실 근처를 혼자 산책하고 있었는데
그때 카부키쵸라는 곳의 이름도 모른 채로 카부키쵸를 걸어 다녔던 것이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호스티스였던 거 같은 여성이
가슴을 거의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옷을 입고 있는 채로 상채를 숙이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일본에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에 본 여성이었기 때문에 나는 일본에서는 그런 패션이 흔한 줄 알았다.
참고로 그때가 1월 5일이었으니.. 한겨울이었다.
왼쪽부터, 유학생활 중에 나의 정신없었던 헤어스타일.
그리고 그 헤어스타일로 호텔 욕실을 청소하다가 찍은 이상한 표정의 셀카.
마지막으로 호텔방의 전경.
사실 이번 포스팅의 포커스는 카부키쵸가 아니라 나의 첫 알바에 대해서이다.
호텔 청소 알바는 전에 아주 살짝만 언급을 했지만,
평일에는 비교적 평화롭고, 주말에는 아주 바쁜 곳이었다.
평일에 하는 일은, 한국인 유학생들은 욕실 청소만을 맡았다.
화장실이 아니라 욕실(목욕탕)이었다.
(화장실과 욕실이 따로인 호텔이었다. 대부분의 일본 호텔들이 그러하듯..)
위생적인 면만을 생각하면 욕실 청소는 참 좋았지만,
사실 욕실 청소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유리처럼 얼굴이 비치는 번쩍번쩍한 금속 재질의 문에 물 때가 생기면 컴파운드 질을 해서
새것처럼 얼룩 없이 번쩍번쩍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왼쪽부터, 그런 문을 이용해서 장난을 치며 셀카를 찍었던 나.
욕실 문을 청소하다가 말고 심령사진 컨셉으로 셀카를 찍어본 나.
마지막은 주말에 일할 때 찍었던 셀카.
나는 사실 이 호텔에서 초반에 잘릴 뻔했었다.
그 이유는.. 방 하나 청소하는 데에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위의 사진들처럼 셀카를 찍고 노느라 늦어진 게 아니다.
위의 사진들은 나름 베테랑이 된 후에 찍은 사진들이다.
청소가 늦어지는 것은 정말 어쩔 수가 없었던 이유가
문에 금속 부분을 새것처럼 번쩍번쩍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내가 맡은 2층의 방들은 처음부터 너무 상태가 안 좋았고, 좀처럼 깨끗해지지도 않는 것이었다.
(보통 유학생 한 명당 한층씩 맡아서 관리를 했는데, 내가 가장 신입이라서 가장 안 좋은 층인 2층을 맡게 된 것이었다.)
정말 손가락에 건초염이 걸릴 정도로 엄청 힘을 주고 빡빡 문질러댔었다.
나름 열심히 했는데도, 처음에 면접 때 통역을 도와준 유학생 분이 나에게
'미스티씨, 이대로라면 잘릴지도 몰라요. 청소가 너무 늦다고, 어떡해야 하냐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ㅠ_ㅠ
조금 오바해서 이야기 하자면 울고싶은 기분이었다.
정말로 잘리기라도 한다면 내 유학생활은 거기서 끝이었다.
나는 집에서 도움받지 않고 모든 걸 다 혼자 해결해야 했기에..
그런데 다행히도 나는 계속 일할 수 있었고,
후에 내가 잘릴지도 몰랐던 그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어느 한 일본인 직원은 이렇게 말했었다.
'미스티 군이 맡았던 2층이 아무리 컴파운드 질을 해도 좀처럼 깨끗해지지 않는,
컴파운드 청소는 포기한 방이었는데, 미스티 군이 2층을 맡은 후부터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2층의 방들 욕실의 금속 부분이 번쩍번쩍 해지기 시작했다'라고..
부끄럽게 그 이야기를 나보다 나중에 들어온 다른 일본인 직원에게 이야기해주면서
나를 아주 성실한 아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었다.. u_u*
그리고 호텔 매니저도 그 당시를 회상하며
'그 당시에 청소는 늦기는 했었지만 성실하니까 자르지 않았다' 라고 이야기했었다.
그전에 2층을 맡았던 사람들은 깨끗하게 만들기를 포기한 방들의 욕실을
내가 손가락에 건초염이 걸려가면서 빡빡 문지른 덕분에
나는 청소하면서 시간은 엄청 걸리고.. 잘릴 뻔도 했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믿고 지켜봐 준 사람들 덕분에
2층의 욕실들은 점점 깨끗해져서 청소하는 시간이 점점 단축되어갔고,
나도 어느새 다른 유학생들과 비슷한 속도로 청소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애초에 내가 느렸던 것이 아니라
남들은 포기했던 2층의 욕실들을 내가 내 성격 특유의 강박증 비슷한 것 때문에
그 욕실이 깨끗해지지 않으니까 자꾸 문질러대서 시간이 걸렸던 것뿐이었던 거다.
내가 호텔에서 일을 한다는 것 때문에 일본어학교에서 M선생님께서는 걱정을 많이 하셨다.
유학생은 법적으로 그런 곳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입국관리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걸리면 나는 나라에서 추방이 되고, 바로 귀국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호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러브호텔은 그럴 수도 있지만, 여기는 법적으로 비지니스 호텔로 등록이 되어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또 M선생님에게 전달을 하니, M선생님은 또
'그전에도 미스티 학생 같은 성실한 학생이 그렇게 말하는 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입국관리국에서 걸려서 추방당해서 강제로 귀국을 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거기서는 일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다른 알바를 찾아보라고 하셨다. ㅠ_ㅠ
불안하긴 했지만, 나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호텔에서 일했고,
결국 그만두게 되는 날까지 그런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비지니스 호텔로 등록이 되어있었다고 해도, 그 동네는 카부키쵸였다.
욕실 청소를 하다가 가끔 창밖을 보면 직업여성으로 보이는 여성 분이 커튼도 없이 살면서
나체로 돌아다니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하기도 하고..
복도 청소를 가끔 하다가 보면 야한 동영상에서 듣던 그런 소리를 리얼로 듣기도 했으며
(그래서 그 방 앞을 더 오랫동안 머물면서 청소를 해서 그 방 앞만 유난히 번쩍번쩍 해졌었다.)
가끔 아침에 출근을 하다 보면 카부키쵸 길거리에서 술 먹고 뻗어서
자기 방처럼 편한 자세로 자고 있는 여성 분의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기가 무서운 동네라는 것을 실감했을 때는 이런 때였다.
호텔의 사장님이라는 나이 많은 어르신이 가끔 한 번씩 오셨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분이 오시면, 알바들이 다 같이 눈에 안 띄게 다른 곳에 숨어있었고,
사장님이 매니저와 같이 방에 들어가서 둘이서 뭔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방문이 다 닫히지 않은 그 방 안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사장님은 의자에 편히 앉아있고, 그 앞에서 매니저는 무릎을 꿇은 채로 대화를 하는 것을 보았다.
사장님이라는 그분이 없을 때에는 매니저가 여기의 왕인데..
매번 사장님이 오시면 앞에서 그렇게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것이었다.
그 사장님이 카부키쵸에만 호텔을 5개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앞에서 무릎 꿇고 대화해야 하는 거 보면 그분도 야쿠자였었나보다.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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