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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미스티의 삶

일본에서 알바하며 겪은 첫 번째 괴롭힘

by mystee 2019. 12. 29. 22:43

 


이 포스팅은 PC로 작성되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가끔

줄 바꿈이 어색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팅에는

이야기를 하듯이 경어체를 쓰지만,

이 포스팅은 일기 형식의 글이므로

평서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 이야기

 

카부키쵸는 내 구역이었다.

이 포스팅은 PC로 작성되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줄 바꿈이나 문단의 나눔 등이 어색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팅에는 주로 이야기를 하듯이 경어체를 쓰지만, 이 포스팅은 일기..

mystee.tistory.com

 

 

 

♬ DAVID BOWIE - STARMAN

 

 

 

유학시절, 그 당시에 자주 듣던 추억의 곡 중에 한 곡인

데이빗 보위의 곡을 BGM 삼아서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일본에 처음 도착했던 2009년 1월 4일 밤이었다.

유학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는 신주쿠 여기저기에 흩어져있었고,

유학원의 직원들이 각자 흩어져서 학생들을 기숙사까지 안내한 다음에

짐을 놔두고 가벼운 몸으로 다시 유학원 기숙사로 모이는 것이 일본에 도착했던 첫날밤에 했던 일이었다.

 

나를 인솔했던 직원은 유학원 원장님의 남편이었고, 일본인이었다.

한국인을 아내로 둔 덕분에 한국어를 아주 조금은 할줄 알았던 그분은

당시에 일본어를 전혀 못하던 나에게 한국어로 최대한 열심히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며

'춥다' 가 일본어로 '사무이' 라고, 간단한 일본어를 알려주며 같이 걷고 있었다.

 

기숙사 안내를 받고, 짐을 놔두고 유학원 기숙사를 향해 같이 걷고 있을 때였다.

유학원 원장 남편인 그분이 일본어를 모르는 나를 위해 한국어로 열심히 이야기를 하던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일본에도 나쁜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조심해."

이야기의 맥락에 전혀 관계없이 갑자기 하신 말씀이었는데,

딱 봐도 일본에 와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하고 들떠있어 보여서 하셨던 말 같다.

어색한 한국어로 열심히 하신 말이었지만 굉장히 무게가 느껴졌던 그 말은 현실이 되었고,

나는 유학생활 중에 한국인・일본인 구분 없이 많은 악인들을 만났었다.

 

 

 

 

 

 

유학 생활 3~6개월 만에 두 번째 알바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전의 글에 적었었다.

첫 번째 악인은 그 안에서 만났다.

 

Ringer Hut (일본에서는 이걸 링가핫또 라고 읽었다.) 라는 일본의 짬뽕 전문 체인점이었다.

나카노 역에 위치한 나카노 브로드웨이 안에 있는 링가핫또였고,

나의 업무는 주방 안에서 짬뽕을 만드는 것이었다.

 

면접 때 점장님에게 음악전문학교를 진학하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어둬야 하는 상황까지 이야기하며 어필을 했고

성실하게 보신 건지, 아니면 그만두지 않고 오래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셔서인지 어쨌든 채용이 되었다.

채용이 되었다는 전화가 왔을 때에도 採用(사이요ー : 채용)이라는 단어도 몰라서 바로 기뻐할 수도 없었다.

"사이요ー가 뭐죠? 죄송합니다. 사전으로 잠시 찾아보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사전으로 찾아본 다음에야 기뻐했었고, 점장님도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거기서 나는 주로 성에 森(모리) 라는 한자가 들어가 있는 선배와 일을 하게 됐었는데,

10년이나 지난 일이라서 성도 다 기억나지가 않는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인간이라서 잊어버렸나보다.

 

'○○모리' 혹은 '모리○' 라는 성이었는데, 앞으로 뚱땡이라고 칭하겠다.

어떻게 배가 저렇게 나올 수가 있을까.. 싶은,

안 그래도 뚱뚱한데 그중에 배만 심하게 앞으로 튀어나온 사람이었고,

그 당시에 한국나이였는지 일본나이였는지, 암튼 40살인 사람이었다.

 

뚱땡이라고 불렀을 때부터 느낌이 오셨겠지만, 그 악인이 이 뚱땡이다.

나는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당연히 모르는 것 투성이라서 혼나면서 배웠다.

뚱땡이에게도 혼났고, 점장님에게도 혼났다.

 

하지만 나는 짬뽕 만드는 순서를, 레시피를 퇴근 후에 한국어로 수첩에 옮겨적으며

잠들기 전에도 짬뽕의 종류별로 만드는 순서와 들어가는 재료들을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만들었고,

결국 나는 2~3주 만에 일이 아주 능숙해졌었다.

매일 일하는 곳이었다면 더 빨랐겠지만, 이곳은 일주일에 3~4일 정도 일했었다.

일이 능숙해진 나의 모습을 보고 점장님도 칭찬을 하시며 이제 잘한다고 아주 마음에 들어하셨었다.

 

 

 

링가핫또 근처에서 살고 있었던 고양이 가족

 

 

 

 

 

 

그런데 뚱땡이는 그렇지 않았다.

뚱땡이는 항상 별 것도 아닌 것을 트집 잡아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나에게 화를 냈으며,

오늘은 무엇으로 화를 낼까 항상 벼르고 있는 사람 같았다.

초반에는 친해지려고 말도 걸면서 공통된 관심사를 찾아보려고 한 적이 있었으나,

뚱땡이에게는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눈치챈 후부터는 혼나지 않도록 일에만 집중했었다.

어쨌든 점장님도 칭찬을 하셨는데도 뚱땡이는 언제나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나에게 쓴소리를 했다.

 

뚱땡이 눈에는 아직 내가 뭔가 부족한가?

초반에는 이래도 나중에는 알고보니 한없이 좋은 사람이거나 하지 않을까?

라는 식으로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괴롭힐 때의 말투와 태도 등을 보면서 점점 그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뚱땡이는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언젠가 시끄러운 주방 안에서 뚱땡이가 나에게 뭐라고 한마디를 했다.

그게 잘 들리지 않아서 잘 안 들렸다고 다시 한번 말해주라고 하자

됐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혼자서 기분 나쁘게 낄낄거리며 웃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일본인 특유의 도발이었다.

 

나는 결국 그곳에서 일할 때마다 뚱땡이에게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조롱을 당하거나 혼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스트레스를 참다못해 그곳에서 채용된 지 2개월 만에 일을 그만두고 말았다.

 

 

 

혈압을 내리기 위해 올리는 유학시절 먹었던 롤케잌 사진

 

 

 

일을 그만둘 때에 역시 가장 미안했던 건 점장님에게 였다.

점장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며 그만두겠다고 말하자

점장님은 이유를 물었고, 나는 뚱땡이가 괴롭힌다고 고자질을 하기는 좀 그랬고,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냥 공부를 하려고 한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자 점장님은 약간 기분이 상해있는 채로

"너 전문학교 들어갈 학비를 모아야 해서 알바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만둔다고? 이상하지 않아?" 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 하는 표정으로 바닥만 보며 침묵을 했다.

대답이 없자 점장님은 알았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그렇게 두 번째 알바를 그만두게 되었다.

 

심지어 여기 링가핫또에서의 마지막 일하는 날에는 퇴근길에 택시와 부딪쳐서

내가 타던 자전거가 폐차가 될 정도의 큰 사고가 나게 된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그만두고 나서 링가핫또에서 마지막 월급이 들어왔을 때에

나는 급여가 덜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그날의 일한 시간을 항상 달력에 체크를 해서 정확히 얼마를 받게 될지 계산을 해뒀었는데

정확히 하루치가 덜 들어온 것이었다.

 

이것을 점장님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내가 일했던 링가핫또에 전화를 하니 점장님이 확인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지만

여전히 나에게 화가 나있는 목소리에 왠지 귀찮아하시는 것처럼 느껴졌고,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걸 어떡해야 하나.. 하다가 조급해진 나는 링가핫또 본사로 메일을 보내버렸다. ㅎㅎ

 

링가핫또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메뉴를 계속 뒤지다가 문의 메일을 보내는 페이지를 겨우 찾아내서

딱히 안 써도 될 내용을 다 써버린 것이었다.

내가 쓴 메일의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나는 링가핫또에서 일했던 유학생이다.

점장님에게는 오래 일하겠다고 말했지만, 선배 알바의 괴롭힘 때문에 2개월 만에 그만둬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마지막 급여를 받아보니 하루치가 덜 들어왔다.

괴롭히던 선배는 쉬는 시간에 항상 점장님이 쓰시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만화책을 보곤 했는데,

혹시 알바가 그 컴퓨터를 만져서 내가 일했던 시간을 손대거나 하는 것도 가능하냐.

나에겐 소중한 돈이다. 어떡하면 좋으냐' 뭐 이런 내용들을 썼었다.

 

그런데 며칠 후.. 내가 일했던 링가핫또에서 전화가 왔다.

점장님이었다.

받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너 본사로 메일 보냈어?" 였다.

순간 철렁했다. 어떻게 알았지?

메일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 란에 내 이름을 써놓았기 때문에

본사에서 내가 일했던 점포를 찾아낸 다음에 그곳으로 팩스를 보낸 것이었다.

내가 보낸 메일 내용 그대로 팩스가 왔단다.

"죄송합니다. 그러려고 보낸 건 아니었는데.." 라고 말하자,

점장님은 크게 웃으시면서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네가 그런 것도 할 줄 안다는 것에 놀랐다고 하시며..

그리고 자세히 알아보니 정말 하루치가 덜 들어갔다며 다음 월급날에 꼭 넣어주겠다고,

그리고 알바가 그 컴퓨터로 다른 알바의 시프트를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주시며,

앞으로의 일본 생활 힘내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그 뚱땡이가 언젠가 나를 괴롭힐 때에 한국에 대해서 안 좋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너희 나라는 네티즌들이 연예인들 악플을 많이 달아서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일도 많이 일어나지 않느냐고 하면서..

그런데 맞는 말이라 반박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었다.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 중에 나보다 몇 개월 더 먼저 일본에 와있는 지인이 있었다.

나와는 다른 워홀 비자로 일본에 와있었고, 활동 반경이 달라서 거의 볼 수는 없었다.

그 당시에 자주 사용하던 네이트온이라는 메신저로 어느 날, 그 아이와 대화를 하는데

내가 링가핫또에서 일했다가 그 뚱땡이 때문에 결국 알바를 그만 둔 이야기를 하니까,

그 친구가 "혹시 나카노 브로드웨이에 있는 링가핫또 아니야?" 라고 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아냐고 묻자 한술 더 떠서,

"그 뚱땡이 이름이 ○○○○ 아니야?" 라며 정확히 그 뚱땡이의 성을 말했다.

알고 보니 자기가 아는 언니 두 명도 거기서 일을 했었는데 그 뚱땡이가 괴롭혀서 결국 그만뒀다는 것이다.

점장님이 부디 나뿐만이 아니라 그전에 일했던 사람들도 뚱땡이 때문에 그만뒀다는 사실을 눈치채서

그 뚱땡이를 해고시켰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뚱땡이는 한국을 싫어하는 일명 '넷우익' 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넷우익'이란 우리나라로 치면 '일베'다.)

 

하지만 그 뚱땡이가 언젠가 나에게 비아냥거리며 말했던

악플로 인한 연예인들 자살의 이야기는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마음이 병들어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그런 짓 안할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에게 이기려면 이런 문제들도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이라면 누가 됐던 욕하고 독도는 우리땅 만을 외치는게 애국이 아니라,

연예인들이 정말로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악플을 달지 않는 것이 애국이고,

땅에 함부로 쓰레기 버리지 않는 것이 애국이고,

일회용품 절대 쓰지 않는 것이 애국이고,

평소에 집에서 분리수거 잘하는 것이 애국이다.

일본에게는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된다는 말은 이런 것들일 것이다.

 

 

 

교훈

 

  1. 건들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2. 뭔가 컴플레인 걸 때엔 가장 윗사람을 찾자.
  3. 진정한 애국을 하자.

 

 

 

 

 

 

다음 이야기

 

일본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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