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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미스티의 삶

일본 도시락 전문 체인점 호토모토 Hotto Motto의 도시전설 (feat. 채변검사)

by dreamer mystee 2021. 9. 27. 03:02

 


 

오랜만에 일본에서의 썰을 풀어봅니다.

제가 2009년 말에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일본의 도시락 전문점 홋또못또ほっともっと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홋또못또가 국내에도 매장이 들어온 것 같더군요. 그런데 간판에는 호토모토라고 쓰여있는가 봅니다. 현지의 발음과 너무 거리가 멉니다.. 홋또못또가 더 현지 발음에 가까운데 말이죠.. 하지만 국내에도 들어왔고 한글로 호토모토라고 표기를 하기 시작했으니 저도 그냥 그에 따라서 호토모토라고 쓰겠습니다.)

편의상 존댓말이 아닌, 일기를 쓰듯이 평서체로 써보겠습니다.

 

 

 

 

 

 

 

돈 없이 유학을 다녀온 이야기

제목에는 돈 없이 유학을 다녀온 이야기라고 적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집에서 도움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유학을 다녀온 이야기다. 혹시라도 '돈 없이 유학' 이라고 검색해서 온 분들이 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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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유학을 했었던 필자 미스티.

다른 더 많은 이야기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글도 참고 바랍니다.

 

 

 

홋또못또의 도시전설

 

2009년 말에 잠시 두세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호토모토에서의 이야기다.

일본에는 여러 도시락 전문 체인점들이 있지만, 호토모토는 그중에서도 아마 가장 유명한 업체일 것이다.

 

호토모토에서의 아르바이트는 장점은 적었고, 단점은 많았다.

유일한 장점은 가끔가다 영업이 끝나고 퇴근을 할 때, 미리 만들어놓은 도시락이나 반찬들이 남으면 알바들끼리 그것을 나눠서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 (아마도 점장은 더 일찍 퇴근을 해버리곤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보통의 일본 분위기라면 그냥 폐기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많았던 단점..

하나는 인기가 있는 브랜드인 만큼.. 손님들이 항상 많았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이외에는 항상 바쁘고 정신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번째, 신메뉴라도 나오면 그걸 만드는 법을 또 배워야 하는 것도 꽤나 귀찮았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컸던 불만은, 호토모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매달 한번씩 채변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추억의 채변검사..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 채변검사를 해본 기억이 있는가..?

그 당시엔 정말 어떻게 그런걸 했는지 모르겠다. 봉투에 변을 담아서 학교로 가져가서 제출하다니..

일본의 호토모토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는 매달 그 엿같은 채변검사를 해야만 했다.

그 당시가 2009년이었는데.. 2021년인 지금도 아직도 그걸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어렸을 때.. 90년대 초반처럼 봉투에 변을 넣어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대략 이렇게 생긴 통을 이용해서 소량만 묻혀가면 됐었다.

 

 

 

용기의 뚜껑에 이런 막대가 달려있고, 그 끝에 변을 적당히 묻혀서 용기를 닫으면 됐었다.

참고용으로 가져온 위의 이미지처럼 용기 안에 뭔가 액체가 담겨있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어쨌든.. 매달 한번씩은 나의 똥을 두 눈으로 제대로 확인을 해야 했었던 점..

그걸 또 상당히 가까이서 봐야 했고.. 뚜껑의 막대 끝에 그걸 묻히면서 그 촉감을 간접적으로 느껴야 했던 것이 호토모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이었다.

설마 국내에 들어선 호토모토 매장의 아르바이트생들도 그걸 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암튼 일본은 참 이상한 나라였다.

선진국이기도 하면서, (2009년 당시에는 확실히 그렇게 느꼈고, 실제로 그랬었다.) 동시에 뭔가 원시적일 정도로 옛스러움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원칙을 칼같이 지키는 것에서 오는 신뢰와 동시에 융통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답답함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호토모토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매달 한 번씩 나의 똥을 가까이서 마주해야 했고, 한달에 한번씩은 저녁부터 시작이었던 호토모토의 알바 때문에 아침부터 학교 갈 때에 가방에 똥을 넣어서 하루 종일 나의 똥을 가지고 다녀야 했다.

 

 

 

 

호토모토에서 드물게 한가했던 어느 날..

 

드물게 손님이 한 명도 없는 한가했었던 어느 날이었다.

이날이 드디어 문제의 호토모토 도시전설을 듣게 된 날이었다.

 

당시 매장에는 나를 포함해서 남자만 4명이 있었다.

2명은 꽤 전부터 여기서 일을 해온 선배들이었고, 나를 포함한 2명은 신입이었다.

모처럼 맞이한 평화로움에 이런저런 대화들이 오가다가 갑자기 이야기의 주제가 채변검사로 넘어갔다.

그때였다.

알바 경력이 가장 오래되었던 선배 A(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따로 친분은 없어서..)와 그 다음으로 오래된 B에게서 우리들이 일하고 있는 바로 이 호토모토 매장에서, 멀지 않은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과거에 아르바이트생 중에 지금은 그만두고 없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고 한다.

편의상 남자의 이름은 시미켄, 여자의 이름은 메구리라고 해두겠다.

시미켄은 메구리를 짝사랑했다고 한다.

말도 못 하고 혼자서만 좋아했던 건지, 고백을 했었지만 차였던 건지.. 그런 자세한 건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모르겠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시미켄은 메구리를 일방적으로 혼자만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느 날, 메구리는 점장에게서 이번 달에 채변검사 용기를 제출하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다.

그 채변검사의 용기는 매달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봉투 안에 넣어두면 그것을 수거해서 본사로 보내지곤 했었다.

그런데 그달의 메구리의 채변검사 용기는 도착하지 않았다는 연락이 본사로부터 온 것이었다.

하지만 메구리는 분명 채변검사를 해서, 자신의 변이 담긴 용기를 사무실 벽에 걸려있던 수거해가는 봉투 안에 넣었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된 것일까?

 

메구리가 정말로 그 봉투 안에 채변검사 용기를 넣었었다면.. 봉투를 본사로 보내기 위해 밀봉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떨어뜨렸을 가능성을 먼저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똥이 용기와 함께 증발이라도 한 것일까?

 

 

이야기의 문맥상 이 정도까지 읽었으면.. '에이~ 설마..?'하는 느낌을 조금 받은 분들도 계실 거라고 믿는다.

뭔가 눈치채셨다면, 바로 그것이다.

시미켄이 메구리의 똥을 훔쳐간 것이었다.

 

 

보통은 똥이 들어있는 채변검사 용기를 누가 훔쳐갈 것이라는 상상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채변검사 용기를 자물쇠가 채워진 함 안에 넣는다던지, 직접 점장에게 손에서 손으로 전달한다던지 그런 보안이 철저한 시스템은 아니었다. (점장도 알바의 똥이 담긴 용기를 직접 손으로 잡고 싶지는 않을 터이다..)

그냥 아무나 열어볼 수 있고 꺼내볼 수 있게 벽에 걸려있는 봉투에 들어있는 채변검사 용기를.. 시미켄은 남들 몰래 열어보았고.. 그 용기들 중에서 메구리의 이름이 쓰여있는 용기를 훔쳐간 것이었다.

 

그걸 어떻게 잡아냈는지에 대한 과정은, 선배들은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사무실에 CCTV가 있었다거나, 그 범죄의 현장을 본 목격자가 있었다거나.. 뭐 상상에 맡겨야 할 것 같다.

그 후로 시미켄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똥을 훔친 범인으로 경찰서라도 갔는지, 그냥 알바만 잘렸는지.. 이것 또한 열린 결말로 놔둬야 할 것 같다.

그 당시 그 이야기를 들은 나를 포함한 신입 알바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어쨌든 과거에 여기서 알바를 했던 시미켄이라는 사람이, 짝사랑을 하던 다른 알바생 메구리의 채변검사 용기를.. 즉, 똥을 훔쳐갔다'는 것이었다.

 

 

 

후에 한국으로 귀국한 후에,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유머 코드가 맞았나 보다.

박장대소를 하며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그 친구와 나는 이 이야기를 홋또못또의 도시전설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잊을만 하면 그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서로 열띤 토론을 벌이게 된다.

 

 

 

한 여자를 너무 사랑했고 가지고 싶었지만, 가질 수가 없어서 그녀의 똥이라도 가져야 했던 남자의 이야기..

아.. 너무나도 슬프고 쓸쓸한 이야기다.

 

반면, 똥을 도둑질 당한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건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내가 스토커에게 똥을 도둑질 당했다고 상상해본다면.. 아아... 너무 소름 끼친다.

'도대체 그걸 왜..?' 부터 시작해서.. '그걸로 뭘 한 것일까?' 라는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 것 같다.

한때 같이 일했던 사람인데.. 얼마나 소름이 끼쳤을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호토모토의 현지 발음과 가까운 표기법은 홋또못또이다.

코로나가 없어지면 오랜만에 일본에 가서 홋또못또에서 카라아게 벤또를 사먹고 싶다..

 

 

 

 

唐揚げ는 '가라아게'가 아니라 '카라아게'라고 발음한다.

일본의 뼈 없는 부드러운 닭튀김 요리인 카라아게唐揚げ 오늘은 카라아게의 발음에 대해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걸 검색해서 들어와서 보시는 분이 계실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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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空空(공공) 2021.09.27 06:06 신고

    채변 검사를 왜 하는지 궁금해 지는군요
    위생 검사를 하는건 알았는데 ..채변 검사는 좀 의외네요
    일본이 도시락은 참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답글

    • dreamer mystee 2021.09.27 20:25 신고

      저도 궁금합니다.
      그것도 왜 매달 해야했는지도..
      지금도 여전히 하는지 너무 궁금한 부분입니다.
      일본이 도시락은 참 잘만드는 것 같습니다.

  • 닐기 2021.09.27 07:36 신고

    국민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ㅎㅎ
    시미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그 분인가요? 그분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데 말입니다. 음?;;;
    답글

  • 깁순이 2021.10.13 14:03

    저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시네요 ㅎㅎ 저도 일본 음악 좋아해서 기타 치기 시작해서 밴드 하다가 지금은 평범한 직딩인데 음악 좋아서 일본 까지 갈 생각을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ㅋㅋ 지금은 죄송하지만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마치 제 이야기 같은 기분도 들어서 오묘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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