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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amer mystee
diary/미스티의 삶

일본에서 첫 알바를 구하다.

by mystee 2019. 11. 30. 20:02

 


이 포스팅은 PC로 작성되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가끔

줄 바꿈이 어색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팅에는

이야기를 하듯이 경어체를 쓰지만,

이 포스팅은 일기 형식의 글이므로

평서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 이야기

 

돈 없이 유학을 다녀온 이야기

이 블로그의 포스팅들은 PC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줄 바꿈이 어색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팅에는 주로 이야기를 하듯이 경어체를 쓰지만, 이 포스팅은 일기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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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는 학교에서 두발 단속이 심했다.

나는 초등학생 때도,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봉사상이나 선행상 등을 자주 받았었다.

초등학교 때의 어느 한순간에는 담임선생님을 잘 만나서 공부에 취미도 붙이고,

반에서 1~2등 하던 아이들을 위협할 정도의 성적이었던 때도 있었다. (형의 방해만 아니었으면 정말 1등 할뻔했다.)

한마디로 나는 아무런 사고도 안치고 말썽도 안 부리는,

가끔 성적이 상위권으로 갈 때도 있는 나름 착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중학교 들어가서부터 나는 단지 머리가 길다는 이유만으로 선생님들의 표적이 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머리가 길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체벌을 가했던 선생들..

다 뉴스에 나오게 하고 싶다.. ㅠ_ㅠ 그땐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핸드폰이 없었지..

 

10대 때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나는 성인이 되고나서부터는 마음껏 염색도 하고 파마도 하고 그랬었다.

여러 가지 색으로 머리색을 바꿔도 보고,

그 당시에 여자들도 잘 안 끼던 컬러렌즈를 나 혼자 끼고 다니며,

기타까지 쳤던 것 때문인지, 잊을만하면 한 번씩 일본 사람 같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스타일이 독특하다는 것 정도로 받아들였다.

애초에 나에게 일본 사람 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일본도 안 가본 토종 한국인들이

일본 사람 같이 생긴 게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20대 초반의 나.. 컨셉이 다분해 보이는 사진..

저 당시에 저런 셔츠를 입고, 저런 머리를 하고 (염색 직후에는 아주 새빨간 색이었다.)

컬러렌즈를 껴서 새파란 눈이나 회색 눈을 하고 다녔던 건 이 도시에서 아마도 나뿐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누가 봐도 한국인으로 보였던 걸까..?

일본에서 첫 아침을 맞이하고 처음으로 한 일이 区役所(쿠약쇼, 대략 구청)에 가서 외국인 등록증을 만드는 것이었다.

종이에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등 이것저것 적어 넣어야 하는데,

일본어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디에 뭘 적어야 하는가 난감해하고 있을 때 웬 한국인 한분이 와서 도와주셨다.

고마웠다. 그분은 본인이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분은 딱히 구청에 볼일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 나의 핸드폰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받아보니, 구청에서 본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에게 전화가 오기 이전에 유학원 기숙사의 룸메이트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나를 아는 사람이 집으로 찾아와서 나를 찾았다고..

내 이름도 알고 있고, 굉장히 친한 사람인 척하면서 연락처를 묻길래 알려줬다고..

그런데 나는 일본에 그런 지인도 없고.. 도대체 누구인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이 사람이었다니..

 

난 그 사람에게 내 이름을 알려준 적도 없고, 구청에서 만났을 때는 아직 핸드폰도 만들기 전이었다.

추리를 해보니 그 사람은 나를 도와주던 그때에 내 이름과 거주하는 기숙사 주소를 매의 눈으로 캐치하고

그곳을 직접 찾아가서 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룸메이트에게 나랑 아는 사람인 척을 하고,

연락처를 물어본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난 약간 화가 난 상태에서 다시는 연락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끊었다.

 

한번 당하고 나니, 그 후부터 그 교회(?)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어 학교에서 3개월마다 한 번씩,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된 한국 학생들이 나타날만한 장소에서 서성이면서 그렇게 영업을 하는 것이었다.

 

 

 

 

 

 

일본어 학교의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나의 담임 선생님은 나랑 동갑인 여자 선생님이었다.

키가 아주 컸고, 목소리와 말투와 행동이 아주 귀여운 선생님이었다.

H선생님이라고 칭하겠다.

 

첫 학기의 반 친구들은 13명이 한국인, 1명이 영어밖에 못하는 동양계 미국인 남자,

1명이 영국인 남자였다.

 

난 정말 히라가나와 카타카나만 외운 상태에서 일본어의 기본 문법도 아는 게 없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본에 왔다.

그래서 학교에서 처음에는 유치원생처럼 가르치는 수업에 열심히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와 같은 초급반의 학생들 중에서도 일본어를 미리 배워와서 조금은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조금 부러웠다.

그 사람들은 혼자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혼자서 장도 볼 수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일도 없어 보였다.

나는 혼자서 전철 타는 법도 모르고, 장을 보더라도 직원이 일본어로 뭐라고 뭐라고 물어보면

못 알아들어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어딘가에서 찍은 가면라이더 피규어

 

일본 생활 초반에는 같은 시기에 같은 유학원을 통해 온 친구들과 가까이 지냈다.

그런데 그중에 나랑 같은 일본어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았고,

그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성향이 나와는 달라서 가까워질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같은 반의 한국인 학생들과는 일부러 너무 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학연수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점점 혼자에 익숙해져 갔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혼자서 식당에서 밥을 먹었을 때가 생각이 난다.

松屋(마츠야)라는 체인점 식당이었는데, オリジナルカレー(오리지널 카레)를 시켰다.

당시에는 메뉴에 한문이 들어가 있으면 전혀 읽을 수 없었고,

마침 카타카나로만 쓰여있는 이 메뉴가 전 메뉴 중에서도 가장 저렴했기 때문에

당시에 메뉴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해도 주머니 사정상 오리지널 카레를 시켰을 것이다.

 

직원에게 오리지널 카레를 달라고 말했다.

직원이 일본어로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다가 1초 만에 멈추고, 계산을 해주며 주문을 받아주었다.

카레를 맛있게 먹던 도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식당은 입구의 자판기를 통해서 식권 같은 것을 뽑아와서 그걸 직원에게 주면 직원이 음식을 준비하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알아보고 배려를 해준 직원에게 고마우면서

동시에 별 것도 아닌 걸로 혼자 창피해져서 빨리 먹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일본어 학교는 1년에 4학기가 있다.

약 3개월 동안 수업을 하다가 마지막에 終了テスト(종료 테스트)를 보고,

평소의 시험 성적과 종료 테스트의 성적으로 다음 클래스로 올라갈지, 유급을 할지가 결정된다.

방학은 약 일주일이다.

 

나는 일본어를 빨리 마스터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전의 포스팅에도 적었듯이 나는 집에서 도와줘서 유학을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알바를 구해서 적자생활에서 벗어나야 했다.

2년 뒤에 진학할 음악전문학교의 학비도 모아야하기도 했기에

정말 최대한 빨리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일본어를 열심히 배워야 했다.

그리고 귀여운 H선생님과도 대화를 자주 하고싶

 

그런 나의 간절함 덕분이었는지 종료 테스트 후에 받은 성적표의 결과는 놀라웠다.

1위.. 내가 반에서 1등이라는 것이었다.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내가 1위라고..?

당시에는 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으며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방학을 맞이할 즈음에 또 좋은 일이 하나 생겼으니,

일본어도 아직 잘 못하는 상태에서 아르바이트를 덥석 구하게 된 것이다.

호텔 청소 아르바이트였다.

청소 알바인 덕분에 일본어 능력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았다.

 

면접 볼 때에는 호텔 매니저통역을 해줄 한국인 유학생 한 명, 그리고 ..

이렇게 셋이 있었다.

잘 못 알아듣는 일본어가 있으면 통역 유학생분이 도와주었지만,

신기하게도 일본 생활 약 3개월 만에 많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면접 거의 마지막쯤에 매니저가 이렇게 말했다.

'얼굴만 보면 그냥 일본인 같네.'

유학생 분이 통역을 해줘서 안게 아니라 직접 듣고 이해가 됐다.

당시에 나는 컬러렌즈도 하지 않았고, 염색도 하지 않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일본 사람들에게

'생긴 것만 보면 일본인 같다.'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면접 때 들은 것을 시작으로,

내가 손님의 입장일 때도 듣고, 내가 알바를 하는 곳에서 손님에게 듣기도 하고,

정말 너무 자주 들었었다.

100번은 훨씬 넘긴 것 같다.

 

도대체 일본 사람처럼 생긴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뭐 그런 느낌이 있는가 보다.

한국에서도 들어오던걸 일본에서도 수도 없이 들은 것 보면..

아참, 몇 주 전에 내가 기타를 가르치는 학생에게도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다음 이야기

 

일본에서 이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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