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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amer mystee
diary/끄적끄적

블랙기업, 약 한달 만에 퇴사한 썰 (feat. 중소기업)

by mystee 2022. 6. 27. 00:37

 


 

모든 중소기업이 다 이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본 작은 회사들 3곳은 다 블랙기업이었다.

나만 운이 없었던 것이길 바란다.

어딘가에는 분명 중소기업이지만 좋은 회사도 있을 것이다.

 

 

 

 

퇴사를 했다.

이웃 블로거 님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작년 말부터 흔히 '코딩'이라고 말하는 것을 배우고 운 좋게 빠르게 취직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운이 좋은게 아니었다. 그 기업은 블랙기업이었다.

mystee.tistory.com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한 최근에 퇴사한 회사..

이 회사에서 퇴사하기까지의 과정을 써볼까 한다.

 

짧은 기간 동안에 별에 별 일들을 다 겪은 회사여서 할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다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스크롤의 압박이 있을테니..

그리고 글을 최대한 짧게 쓰기 위해서 '음슴체'로 글을 써보겠다.

 

 

 

회사의 첫 인상 (feat. 사소한 거짓말들)

 

면접 때의 회사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아 보였음.

하지만 출근하고 얼마 안 되면서부터 '면접 때 나에게 거짓말을 했구나'라고 느껴지는 점들이 많았음.

 

1. 중요한 국가기술자격시험(정보처리기사 실기)을 앞두고 있으니 5월 9일 월요일부터 출근하고 싶다고 두 번이나 말했지만 (시험은 5월 7일이었음) 일단 출근해서 여기서 공부하라고 계속 말하셔서 포기하고 5월 2일부터 출근함. 신입이 회사에 출근해서 시험공부를 한다는게 말이나 되냐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시험공부를 할 상황이 못됐음. 결국 시험 포기.

 

2. 면접 때에는 점심식사를 회사에서 주는 것 같은 뉘앙스로 말씀하셨음.

'식사는 여기서 다 같이 한다', '여기 6층에 있는 식당도 우리꺼다' 등등..

근데 말을 확실하게 안 하시고 애매하게.. 하셔서 좀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사는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했었음.

(처음에는 사비로 식사를 해결하다가, 후에 어쩌다가 회사 소유의 6층 식당에서 밥을 주기 시작하게 됐는데.. 이걸 사람 먹으라고 주는 건가..? 싶은 3대 영양소를 다 무시한 식단의 밥이었음.. 메인 메뉴는 손님들에게만 주고, 우리들에게는 그냥 밑반찬만 주는 거였음.. 분명 회장의 지시임. 그냥 처음처럼 알아서 내 돈으로 사먹고 싶어졌음..)

 

3. 면접 때 원래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근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지 물어봤었는데..

'일이 많고 바빠지면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적은 없었다'라고 하셨는데, 출근하고 2주 차 주말에 바로 주말에도 출근할 일이 생김.

어쩌다 갑자기 생긴 돌발상황 같은 건 전혀 아니었고 이미 예정되어있던 스케줄이었음.

회사 사정에 따라서 주말에도 근무를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일단 이 세 가지 거짓말들에 속은 느낌이 들어서 처음부터 좀 찝찝했었음.

 

그나마 다행인 건 내 바로 윗 사수가 좋은 분이셨음.

그분 하고만 같이 일한다면, 그 외에 다른 분들은 별로 업무상 마주칠 일이 없다면 모든 것이 평화로웠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했음.

나는 분명 프로그래머로 들어온 것인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한 날들보다는 다른 일들을 하는 날들이 더 많았음.

 

 

 

 

소장의 갑질 시작

 

나의 퇴사 원인 제공자는 회장소장이었는데, 그중 먼저 소장의 이야기를 하자면.. 모든 부잡함의 결정체 같은 인간임.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어쩜 저렇게 밉상인 짓들만 할까 싶은 신기한 사람이었음. (참고로 나이는 50대 후반)

 

예를 들면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살 때, 계산도 하기 전에 그 자리에서 뜯어서 먹기 시작하면서 직원에게 바코드 찍으라고 빈 껍데기 내미는 그런 사람이었음.

또, 나와 내 사수는 비흡연자인데 자기 혼자만 흡연자면서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질 않나..

쓰레기봉투와 재활용 봉투가 따로 나뉘어있는데, 항상 재활용 봉투에 쓰레기를 버렸고.. (그럴 때마다 내 사수분이 말을 해도 귓등으로만 듣고 매번 재활용 봉투에 쓰레기를 버렸었음.. 그러기도 쉽지 않을텐데..)

그러면서 신기하게 자기가 피운 담배꽁초를 모아놓은 썩은 물이 들어있는 종이컵이나 자기가 마신 음료수병 등은 버리지 않고 아무 데나 놔뒀었음.

이런 사람 됨됨이가 글러먹은게 느껴지는 썰들이 굉장히 많지만 다 쓰려면 내용이 너무 길어짐..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출근하자마자 청소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소장이 분위기 잡으면서 나에게 앉아보라고 함.

그러면서 테이블 위에 본인이 버려둔 쓰레기들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저걸 한번 봐보라고 함.

본인이 피운 담배꽁초들 모아놓은 썩은 물 들어있는 종이컵과, 본인이 마시고는 안 버린 음료수병들을 가리키면서 저것들은 왜 안 치우냐고.. 며칠째 저대로 있다고 하면서 나에게 기본이 안되어있다고 뭐라고 함.

내가 생각하는 기본은 본인이 만든 쓰레기는 본인이 치우는 것인데.. 내 사수 분도 나에게 '난 저런 거는 알아서 치우라고 일부러 놔둔다'라고 하셨었는데, 나를 본인의 시다바리로 쓸 생각이었는지 어쨌는지 아침부터 그런 걸로 화내면서 궤변을 늘어놓으며 잔소리를 했음.

너무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사수분에게 피해가 갈까봐 일단 알았다고 하면서 넘어감..

한번 그랬더니 그 후로 이 소장이라는 인간이 정말 나를 시다바리처럼 부리기 시작했음.

 

 

 

퇴사 이유 1) 내 업무 이외의 일들

 

난 분명 프로그래머로 들어온 건데, 사수에게 배우면서 내 일은 한건 정말 처음에만 반짝 그렇게 했던 것 같고, 언젠가부터 소장이 이상한 일들만 시키기 시작했음.

 

새로운 직원이 들어올 것 같다면서 자리에 컴퓨터를 세팅하는 일을 4번 시켰음.

회장이 소장에게 지시한 일인데, 소장은 그걸 또 나에게 떠넘기는 거였음.

그 작업 한번 하면 3~4시간은 소모가 됐음.

왜냐하면 그 회사에 있는 컴퓨터들이 제대로 된 컴퓨터들이 아니라.. 모텔 객실에 설치되어있던 중고 컴퓨터들을 20대 이상 한꺼번에 싼 값에 사들여왔던 것들이라.. 제대로 부팅이 되는 것을 찾는 것부터가 시간이 엄청 걸렸음.

모니터도, 마우스도, 키보드도 다 모텔에서 온 것들이라 역시 그 안에서 멀쩡한 것을 찾는게 일이었음.

그 과정에서 현타가 엄청 왔었음.

전원만 켜면 정말 소음 같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외관부터 오래된 것이 눈에 보이는 그런 중고 컴퓨터들 중에서 그래도 겨우 부팅이 되는 것을 찾으면.. 그 안에는 언제적 컴퓨터인지 짐작이 가게끔 윈도우 XP가 깔려있었고, 안에는 야동들만 잔뜩 들어있었음.

그런 쓰레기 컴퓨터에 윈도우 10을 깔라고 시킴...

깔라고 하니까 그냥 깔뿐이었음.

너무 오래된 저사양 컴퓨터에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우 10을 까니.. 시간도 엄청 걸리고, 다 깔린 후에도 컴퓨터가 엄청 버벅거렸음.

그렇게 컴퓨터를 설치했지만 그 자리에 정말 새 직원이 들어와서 앉는 것은 못 봤음.

이 작업을 할 때마다 정말 내가 이 회사에 배울 것이 있나 싶으면서 보람도 없고, 자존감마저 낮아지는거 같았음.

 

소장은 사수와 내가 일하는 곳으로도 자주 들락거리지만, 본인 개인 사무실이 따로 있었음.

소장은 공구를 주로 만지며 전기쪽 일을 하는 사람임.

언젠가는 전화 한 통화 띡 해서 자기꺼 공구 뭐 가져오라고 시키는 일도 있었음.

일 하다가 말고 그거 찾아서 갖다 주면, 또 좀 있다가 전화 와서 이번에는 저거 가져와라..

또 조금 있다가 또 뭐 가져와라.. 나는 내 업무가 따로 있는데, 자꾸 흐름 끊기게 그런 심부름을 시키는 날이 많았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물 지하주차장 입구에 깔려 죽어있는 비둘기 시체도 치워봤음.

너무 괴로웠음..

(참고로 건물 자체가 이 회사 회장꺼. 그 안에서 스크린 골프장, 아까 언급한 식당 등의 다른 사업체도 운영하고 있음.)

눌러붙어있는거 쓰레받기로 긁으면서 숨 참고 실눈 뜨고 겨우 치웠음.

 

그리고 내가 결정적으로 그만두게 된 계기는 물건을 나르다가 다쳐서 그런 건데..

일 그만 두기 전에는 내가 프로그래머로 들어온 건지.. 막노동하려고 들어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일들만 자꾸 했었음.

 

 

 

퇴사 이유 2) 괴로운 간접흡연

 

위에서도 잠시 언급을 했지만, 소장이 주는 간접흡연의 피해는 엄청났음.

나와 사수가 비흡연자라서 눈치를 좀 줘도 잠시 그때뿐이었음.

매일매일 출근을 하면 꼭 한번 이상, 혹은 거의 하루 내내 간접흡연을 했음.

사무실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화장실에서도 담배 냄새, 계단에서도 담배 냄새..

건물 안에서 맨날 이렇게 피워대니 담배 냄새가 절어서 어딜 가나 담배 찌든 냄새가 났음.

 

근데 이건 회사의 회장부터가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니까 막을 방법이 없었음.

언젠가 한 번은 회장이 내가 밥을 먹고 있는 앞에서 담배를 피웠었음.

담배 연기와 함께 맛도 없는 거지 같은 회사 밥을 먹는 그 기분은 정말 거지 같았음.

 

 

 

 

퇴사 이유 3) 회장의 무리한 업무지시로 일하다가 다침

 

난 프로그래머로 채용이 된 것이지만, 다른 잡일들만 많이 하던 날들이 계속 이어지다가 드디어 일이 터짐.

 

회사의 장비 중에서 냉장고만한 크기의 커다란 렉케이스가 있음.

크기는 냉장고만하지만 그 무게는 훨씬 더 무거움.

그 렉케이스 안에 꽂혀있는 작은 장비들 하나하나가 두 사람이 들어야 하는 무거운 장비들이 가득함.

그동안 그 렉케이스는 지게차를 불러서 트럭에 싣거나 내렸었음. 회장이 없었을 때에는..

그런데 문제의 그날은 회장 앞에서 그 장비를 트럭에서 내려야 했는데.. 회장이 지게차 부르는 비용 아끼려고 그것을 들어서 내리자고 함..

평소에는 빌런이었던 소장도 이건 말이 안 된다는 걸 아니까 지게차 불러야 한다고 했는데, 회장이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 언제 지게차를 부르고 그걸 기다리고 있냐고 그냥 들어서 내리자고 함.

그 안에 들어있는 장비들 하나하나의 무게들을 알고 있는 나와 소장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

그런데 화를 버럭버럭 내는 회장의 말을 거스를 사람이 없었음.

 

사장님(이분은 빌런 아님), 나, 소장, 회장.. 이렇게 넷이서  젊은 사람 넷이서도 절대 못 드는 그 장비를 들고 내리려는데..

(나만 30대고, 나머지는 다들 50대 후반, 60대 이랬음..)

내 반대편에서 들던 사장님께서 그 무게를 못 이기고 (당연한 결과였음) 넘어지시면서 그 렉케이스의 하부가 내 정강이를 때려버림.

정강이의 상처를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도는 기분이었음.

정강이는 까져서 피가 나고, 혹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있었음. (그 당시의 상처를 사진으로 찍어뒀지만 내 자신도 비위 상하는 사진은 싫어하니 여기에 올리지는 않겠음)

뼈가 안 부러진 것이 다행인 정말 무거운 장비였음.

사장님이 넘어지면서 렉케이스도 넘어졌지만 다행히 넘어진 사장님은 다치지는 않았음.

이렇게 어이없게 다친 것도 황당하고, 그다음의 회장의 반응은 더 황당했음.

그 렉케이스만큼 무거운 장비가 또 하나 트럭에 있었음. 그것 역시 그동안 지게차로 싣고 내리던 장비였음.

그것도 마저 내리자고 함. 나는 이미 다쳐있는데... ㅎㅎ

이때만큼은 평소에 빌런이었던 소장도 같은 편이 돼서 격한 말투로 이건 아까 저거보다 더 무거운 거라고, 이것도 내리려다가는 또 누구 다치고 뼈 부러지고 병원비가 더 나올 거라고 하심.

병원비가 더 나올 거라는 말에 설득이 된 것인지 회장도 그제야 포기를 하고 그냥 그 장비는 내리지 않는 것으로 함.

 

 

 

그리고 퇴사

 

다치자마자 바로 퇴사하고 일을 안 나갔어야 했는데, 그리고 바로 산재 신청을 했어야 했는데.. 내가 경험이 없어서 잘 몰랐음.

 

평소에도 일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다가 결국 다쳐서 회사에 마음이 다 떠나버렸는데.. 나는 냉정하게 집에서 다시 잘 생각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친 당일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잘 생각해봄.

그만둔다고 말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약 70~80% 정도 가지고 다음날 출근을 했는데, 출근하고 그 마음이 100%로 바뀜.

왜냐하면 내 정강이를 다치게 한 회장이 나에게 사과는커녕 괜찮냐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내 정강이를 찍은 그 렉케이스를 트럭에 다시 싣는 작업을 또 시켰기 때문..

그 렉케이스 근처만 가도 무서웠음. 그리고 그 사이코패스 회장은 내가 뼈는 부러진게 아니니 경미한 상처일 뿐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많이 아팠음. 다친 왼쪽 다리가 땅에 닿을 때마다 아팠음.

다친지 한 달 이상이 지난 지금도 정강이에 튀어나온 혹은 다 들어가지 않고 있고, 한번씩 다친 부위가 욱신거리면서 통증이 오고, 신경도 다쳤는지 다친 부분의 피부가 감각이 무뎌졌음.

 

결국 다치고 나서 이틀이 더 지나고 일을 그만뒀는데, 그만둔 후에 회장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알게 됐음.

회장은 본인 때문에, 본인 회사에서 일하다가 다친 나의 병원비도 책임져주지 않았고, 병원 보내달라는 나에게 오히려 적반하장을 했음.

그리고 내가 산재신청을 해서 공단에서 나온 사람이 조사를 할 때에도 회장이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함.

내가 거기서 일하다가 다쳤다는 증거를 혹시 몰라서 녹음해둔 파일이 있었는데, 증거 녹음파일이 있다고 강력하게 어필을 해서 결국 산재를 인정받게 되었음.

 

이 모든 이야기들을 다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회사가 얼마나 거지같은지 더 여러가지 썰들을 풀자면 글이 이보다 2배는 더 길어질 것 같아서 아주 짧게 줄여서 여기까지만 씀.

 

 

 

다쳤던 장소, 사진 속에 찍힌 사람들은 회사 사람들 아님.

 

문제의 렉케이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면 조금 더 크다. 그리고 많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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